여성 노동자 집중돼 있는 자유무역 지역에서 여성 차별 심해
‘옷 쪼가리’ ‘자유지역 녀’라며 ‘성적으로 쉬운 여자’로

여성들이 돈을 벌면 그들의 권리는 향상될까? 스리랑카 심리상담가 비다르샤니(32)의 이야기는 노동자 여성들이 사회 속에서 저임금으로 착취당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들이 누리는 작은 자유가 오히려 사회적인 낙인으로 작동하는 스리랑카의 사례를 보여준다. 그녀는 지혜로운 여신처럼 평화로 보였다. 그녀는 사람에 대한 깊은 염려로 아파하고 있었다.

 

스리랑카는 여성 대통령이 있었던 나라이며 체계 최초로 여성 총리가 나온 나라예요. 대법관, 법무장관이 여성이었으며 세계 각지로 가장 많은 여성 이주노동자를 파견하는 국가지요. 그뿐 아니라 자유무역 지역의 의류 공장에서는 85%가 여성 노동자이고 이들은 빠른 손놀림으로 옷을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여성들이 이렇게 열심히 사회에 기여하고 일하고 있으니 가부장제 같은 것은 아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러나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지요. 여성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스리랑카 안에서의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저는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집중돼 있는 자유무역 지역에서 노동자들을 심리 상담하며 그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1000명 정도의 노동자가 있는 공장에는 16~19세의 연령대의 여성들이 있지요. 공장에서 떨어져 있는 기숙사에 스무 명 정도가 함께 기숙하고 있고,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5시까지 일을 하지요. 이들의 월급이 59달러 정도 되고 야간 수당을 합치면 79달러 정도에 이르지만 이들은 그것을 쪼개서 집에 보내고 결혼할 준비도 하며 미래에 대한 꿈을 꾸지요.

그런데 스리랑카 사회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는 여성들을 차별하고 낙인을 찍습니다. 그들을 부를 때, ‘옷 쪼가리’ 혹은 ‘자유지역 녀’라고 부르지요. 일단 이렇게 호명하면 그 뒤에 숨겨놓은 차별적인 의미들이 따라붙게 되지요. 돈을 벌며 자유를 경험하며 전통적인 여성관을 탈피해가고 있는 그녀들을 ‘성적으로 쉬운 여자’로 취급하지요.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 그것이 전부이고 결국 만만하게 봐서 그녀들을 자신들의 성적 대상의 타깃으로 삼지요. 아침 출근길에 남성들이 서서 이들을 구경하고 희롱하는 것은 흔한 풍경입니다.

집을 떠난 어린 여성들은 때론 남성들과 사랑에 빠지고 이용되기도 하지요. 자신의 남자친구를 끝까지 믿어보려고 하다가 마음에 상처를 입는 여성들도 꽤 있어요. 심지어 어떤 여성은 남자친구가 성매매를 시킨 사례도 있었는데 그 경우도 남자친구를 믿으려 애쓰는 것을 보았어요. 어린 공장 노동자들뿐 아니라 기혼자 노동자들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남편들은 아내가 벌어온 돈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지만, 동시에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면 트집을 잡고 때리는 사례가 많습니다. 여성들은 가정폭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받아들이지요. 저항할 수 없다고 학습되어 있어요. 공장 주변의 집주인, 가게 주인, 삼륜차 기사 등 이들과 가까이 연결돼 있는 사람들도 이 여성들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가장 많이 비난하지요. 돈을 벌고 자유를 경험하는 여성들을 가부장제 사회가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이처럼 가부장 사회에서 직장을 갖고 일을 한다는 것은 미혼이나 기혼 여성이나 모두 힘겨워요. 이들의 문제를 사회 구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이것을 버텨 나갈 수 있도록 이들에게 심리상담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상담은 그렇게 쉽게 결과가 드러나지 않아요. 10년 전에 쓰나미가 있을 때 상담가로 참여했었어요.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아이들은 시커먼 파도가 몰려오는 그림을 그렸지요. 그리고 “코코넛 나무보다 키가 큰 파도가 몰려와요”라고 설명했어요. 재난을 당한 피해자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지요. 지금 우리는 재난을 통해 해안지역의 안전 체계를 갖추었어요. 그리고 지속적인 심리상담 치료 지원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상담치료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국민이 국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여성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임파워하고 있지요. 임파워먼트란 자신의 주변과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아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갖는 것이고, 더 나아가 그것에 대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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