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8일 대전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 오혜란 육군대위 안장식에서 오 대위의 부모가 묘역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오 대위는 상급자인 노모 소령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가혹행위로 2013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4월 8일 대전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고 오혜란 육군대위 안장식에서 오 대위의 부모가 묘역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오 대위는 상급자인 노모 소령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가혹행위로 2013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뉴시스‧여성신문

육군이 다음달 성 군기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여성계가 ‘성 군기 대책’이라는 용어부터 바꾸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공동대표 박봉정숙 김민문정)는 최근 긴급 논평을 내고 “성폭력 예방을 군기의 문제로 접근하는 ‘성 군기’라는 용어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성폭력 발생 원인을 기강의 해이, 군기의 해이로 보는 시각이 문제다. 군은 성폭력이 일어나는 원인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우회는 “최근 육군 여단장사건 대책을 논의하는 간부 회의에서 육군 대장이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 표시를 하지, 왜 안 하느냐?’고 발언해 논란이 된 것도 군 간부들이 조직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음을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육군 여단장 사건뿐 아니라 대부분의 군 내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상급자이고, 피해자는 비정규직 군인이라는 열악한 위치에 있거나 계급이 낮은 군인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위계구조 속에서 상급자가 내린 명령의 정당성을 따져 묻는 평등한 의사소통구조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봉정숙 대표는 “문제의 핵심은 군대 내에서 여군이 ‘싫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는 것”이라며 “여군이 ‘싫다’고 이야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명하복의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군 내 성폭력뿐 아니라 구타로 사망에 이른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군기가 해이해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군기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허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봉정숙 대표는 “군 간부들이 대책을 논의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자신들의 군기 남용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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