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건설에 반대해온 할머니들과 주민들이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온 할머니들과 주민들이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대구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기옥)가 지난 3일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혐의로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이 전 서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한전 대구경북지사 차장급 직원과 시공사 직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청도 345kV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불구속 방침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반발했다. 대책위는 “갈등 지역에서 중립 의무를 다해야 할 공직자가 주민들을 회유, 매수하는데 가담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며 “증거 인멸 우려도 있으므로 구속 수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지난해 9월 추석명절 연휴 기간에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온 주민과 할머니 7명에게 ‘청도경찰서장 이현희’라고 적힌 봉투에 100만원∼500만원씩 넣어 전달했다. 이 전 서장은 한전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한전 측은 당초 주민들에게 돌린 돈이 개인 돈이라고 해명했으나 조사결과 시공사 등으로부터 명절 인사비와 휴가비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시공사의 비자금 조성 혐의와 한전 직원들의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21일 새벽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건설지사가 주민들의 반대로 2년간 중단했던 공사를 경찰력을 동원해 기습 강행하면서 벌어졌다.

청도에 세워지는 345kV 송전탑은 신고리 핵발전소 3, 4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밀양을 거쳐 창녕, 북경남, 변전소까지 보내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사업의 연장선에서 이뤄진다. 평균 70~80m 높이의 송전탑이 청도 지역에만 40기가 세워지며 그 중 7개의 송전탑이 삼평리에 세워진다. 23호기가 들어서는 100m 안에 민가가 있어 이 마을 주민들은 피해를 우려해 이 구간에 대한 ‘지중화’를 요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자 농성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들의 과한 대응으로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의 할머니들인데 생존권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한 행동으로 폄하돼 곤욕을 치렀다. 돈봉투를 받은 6명의 할머니들은 “보상금도 필요 없다고 수없이 말했는데 아직도 돈을 갖고 주민들을 회유하려고 한다”며 분노했다. 할머니들은 이를 경찰에 돌려주는 등 대책위와 논의하기도 했다.

농성이 시작되면서부터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의 과한 언행과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지휘가 이어졌다. 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이를 삼가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는데 결국 돈봉투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직위해제됐다.

경북은 송전선로와 철탑의 수가 전국 2위이지만 송전선로의 지중화율은 0.9%로 전국 꼴찌이다. 서울지역 88.3%에 비해 100분의 1에 불과한 경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주민들, 특히 농민들이 송전선로로 인한 피해가 많다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도지사의 적극 중재’를 호소하며 도청을 찾았지만 결과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수도권과 대도시의 전기 수요를 위해 경북의 농촌지역들이 희생을 감수해 온 현실을 본다면 ‘지역균형 발전’과 ‘농촌 복지’를 위해, 농도로서의 경상북도는 삼평리 주민들과 할머니의 호소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했을 것이다. 또 검찰에서는 더욱 예리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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