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예방아닌 재취업 지원은 시대착오”
“현 가산점제, 남성 중심적인 결정”
“여성 정치인에 대한 고정관념 깰 것”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은 1월 27일 여성신문과 만나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업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은 1월 27일 여성신문과 만나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업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민현주(46) 새누리당 의원은 한번 만들어진 정책과 법은 되돌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1월 27일 만난 민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 여성 노동정책 전문가로 정책 제안을 해 왔지만 여전히 신중했다. 여론을 의식해 그때그때 내는 생색내기용 정책이 아니라 정책 집행 과정과 실효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대표 발의한 ‘양육비 이행 확보 지원 기관 설치에 관한 법률’이 수정안으로 본회의에 올라왔을 때 기권하기도 했다. 설치는 되지만 미혼모들이 원했던 ‘독립 기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력 충원과 예산이 많이 든다며 건강가정진흥원 안에 사무소 정도로 돼 있다”며 “지금 형태는 단언컨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대표 발의한 법안은 총 37건(2015년 1월 기준)으로 법안 통과율이 27%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여성특보로 활동하며 내놓은 공약을 법안으로 뒷받침한 것이기도 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비롯해 환경노동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낸 법안들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임신 기간 근로 단축 권한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보공무원에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화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등이다. 재벌 총수의 횡령·배임죄 집행유예를 차단하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1호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그가 참여해 내놓은 대선 공약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굵직한 여성정책들이다.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기업도 여성 근로자도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시간선택제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는 “정부가 여성 경력단절 예방 정책이 아닌 재취업을 지원하는 것은 시대적 판단 착오”라면서도 “현 우리나라 노동시장과 여성들이 자녀를 주로 키우고 있는 전통적 가치관을 전제로 할 때 시간제 일자리는 필수”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한국 여성들은 정부와 기업의 도움 없이는 경력단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그 전제로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일제로 일하는 여성들이 일정 기간 시간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기업이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합니다. 지금 결단을 못 내리는 게 아니라 안 내리고 있어요. 그러면서 계속 ‘정부는 어떤 지원을 해줄 거냐’라고 해요. 당근을 달라는 거죠.”

기업마다 시간선택제로 일하고 싶어하는 여성 근로자 수를 살펴봐야 한다. “시간선택제 전환이 기업 경영에 타격을 주고 생산성과 기업 미래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까요? 기업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물론 정부에 대해서도 할 말은 있다. 그는 “말로만 시간제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시간당 임금이 정확하게 지켜지는지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확하게 적용을 받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여성만이 아니라 학업 중이거나 건강·가정상 어려움을 겪는 남성에게도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올 국감 전까지 이 부분을 점검할 계획이다.

민 의원을 만난 날은 당협위원장 발표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그는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 선거에 나섰으나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의 벽을 넘지 못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지역민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은 고작 일주일 남짓이었다. 그는 “당락과 관계없이 자신감을 더 갖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 비례대표 의원이 대중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벽들이 아직 많다. 선거 과정이 지역 경험이 없는 비례대표에겐 너무 숨가쁘다. 단 일주일 지역을 돌자 번개처럼 여론조사가 실시된 뒤 여성가산점을 부여했다. 그는 “물론 당사자인 제가 열심히 해야 하지만 가산점 제도를 제도화하려면 제대로 된 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며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는 가산점은 떨어지면 ‘얼마나 능력이 안 되면 떨어지냐’는 인식의 오류를 준다. 남성 중심의 시각에서 부여된 가산점제”라고 꼬집었다.

“보수혁신위에서 내놓은 디딤돌 점수제는 조금 다른데요, 시장에서 물건 값을 흥정하듯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가산점이 되려면 조사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남성 중심으로 뭐 하나 던져주듯 한다면 여성 정치인도 원하지 않을 뿐더러 실효성도 없습니다.”

민 의원은 당 대변인을 거쳐 현재 보수혁신특위 대변인을 맡고 있다. 당직을 맡은 이들이 대부분 당내 문제에 조용한 것과 달리 소신을 밝히는 여성 의원 중 한 명이다. 개혁 성향이라 불리며 이런 성향의 초·재선 의원 모임인 ‘심지회’에서도 활동한다. 그는 “정책 전문가로 들어온 비례대표인데 내가 발언을 하는 게 맞는지 부담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비례대표는 새누리당에서 받았지만 새누리당에 투표를 한 것은 국민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을 1년 정도 앞두고 정치적 폭과 깊이를 더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 때 당이 많이 어려웠어요. 비례대표 10번까지 가능하냐 않으냐는 얘기도 나왔죠. 하지만 비례대표 19번인 저도 당선됐습니다. 여성 정치인은 주로 주류에 편입돼 있고, 소장파나 개혁 성향 여성 정치인은 거의 없다는 비판이나 고정관념을 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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