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여성이 희생된 전북 군산시 개복동 유흥주점 화재 참사 현장. 군산시는 참사 발생 11년만인 2013년 건물을 철거했다.
14명의 여성이 희생된 전북 군산시 개복동 유흥주점 화재 참사 현장. 군산시는 참사 발생 11년만인 2013년 건물을 철거했다.

13년 전 1월 29일, 전북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업소에서 고단한 생을 이어가던 젊은 여성 14명이 화재 참사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업소에서 영업을 끝내고 잠자던 여성들이 화재로 희생된 그날은 유난히 추웠다.

14명의 여성에겐 14명의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14명에겐 가족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여성들은 업주의 감금으로 불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세상과 이별해야 했다.

업주는 밖에서만 열 수 있는 잠금키로 출입문을 봉쇄했다. 성매매 여성들은 2층으로 대피하려고 계단을 올라갔지만 이곳의 철문도 잠겨 있었다. 비좁은 통로와 사방으로 막힌 벽, 밖에서 보면 창문이지만 내부는 베니어합판에 벽지가 붙어 있는 이곳에서 여성들은 세상을 버렸다. 그리고 2013년 2월, 11년 만에 화재 참사가 벌어진 건물은 철거됐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공동대표 정미례, 송경숙)는 군산 개복동 화재 참사 13주기인 29일 성명을 내고 “군산시가 안전성을 문제로 개복동 화재 참사 건물을 철거했지만 그 뒤 어느 것 하나 추진하지 못한 채 오히려 건물 철거만 단행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막상 건물이 철거되자 군산시를 비롯해 전라북도, 정부, 국회도 대안을 만들려는 의지 없이 오히려 지역주민들과의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단체들은 그동안 화재 참사 지역을 여성과 아동, 청소년을 위한 인권 공간으로 되살려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있어 구체적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미례 대표는 “개복동 주민들이 화재 사건을 치유와 회복의 장, 인권과 평화교육의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일에 함께 하는 것은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특히 “군산 개복동 화재 참사로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됐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며 “성 산업이 더 이상 확대돼선 안 된다. 성 착취 피해자인 성매매 여성들도 처벌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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