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국인권재단이 주최하여 서귀포에서 열린 ‘제주인권학술

회의 2000’은 오늘날 한국사회 인권운동이 거시담론으로부터 훨씬 더

피부에 와닿는 미시담론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좋은 계

기였다. 또한 미시담론의 세계에 출현하는 대다수의 인권문제들이 여

성의 권리문제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과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

하기 위하여 일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도 함께 느

낄 수 있었다.

미시담론으로 튀어나온 이야기 중에는 독신모와 그 자녀들의 권리 이

야기에서부터 한부모(편부모) 가족의 권리, 동성애자 가족의 권리, 외

국인 노동자의 가족과 그 자녀의 권리 등등 이미 우리 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가족형태와 그러한 가족형태가 정상적인 가족형태로

인정받지 못함으로 해서 겪게 되는 가슴 절절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또한 학내 성폭력, 매춘여성의 인권, 기지촌 여성의 인권 등 성폭력으

로 인해 여성들의 인권이 무시되는 이야기도 있었고 국내와 월남에서

의 양민학살사건 등에 관한 통한이 서린 이야기들도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더욱 가슴이 답답했던 것은 이러한 문제

들이 법이나 제도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다 풀리는 것이 아니라

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관련 법이나 제도의 문제가 중요한 선결과

제인 것은 틀림이 없을 터이나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러한 문제들

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한다면 근원적

인 치유는 불가능해 보인다. 확실히 그런 점에서 인권의식이란 소수자

의 아픔에 대한 감수성의 문제인 것이다.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온갖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 오늘날조차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이러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한

맺힌 이야기들을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그 치졸한 포르노

물까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이버 세계에서 말이다. 소수자들의 서

러운 이야기가 사이버 공간을 당당히 차지하고 그 아픔에 공감하고 연

대하는 이들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네트워크의 인

간화’를 꿈꾸어 본다.

피스넷 사무처장.ehchun@peace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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