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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

최근 법정에서 교도관을 흉기로 찌르고 도주한 탈주범 사건을 계기로

법무부는 흉악범들이 수갑과 포승을 찬 채로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흉악범들인 3명의 범인이 치밀하게

교도소 쇠창살을 뜯어내 흉기를 준비했고, 법정에 입정 시 수갑마저

풀어준 것이 이른바 흉악범들의 탈주 계기라고 보는 것이다. 탈주범 3

명 중에서 2명이 서울과 안산에서 잡혔고, 주범이 도주하고 있는 상황

에서 이번에는 검찰청에서 수갑을 찬 채로 피의자가 도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한 마디로 피의자를 보다 철저하게 호송하고 감시해야 한다

는 법무부의 논리는 이런 상황에서 맞아 떨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인권정책을 하루 아침에 후퇴시킨다는 것은 인권

정부라는 현 정부의 인권정책 사령탑인 법무부가 내놓는 정책치고는

너무도 졸렬하다. 본질적으로도 이번 탈주범 사건은 쇠붙이는 철저하

게 잡아낸다는 검신대가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았고, 계호 인원이 부족

한 현 교정 시스템의 계호 방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또

탈출했다 잡힌 한 범인이 밝혔듯이 한 달간 받았던 가혹한 징벌이 탈

출에 대한 무모한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도록 한 요인이 되었다. ‘쇼

쌩크 탈출’을 꿈꾸는 범죄자는 무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도

소의 벽을 넘어서려 할 것이고, 이들을 수용하고 감시해야 하는 교도

소는 인권을 보장하면서도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탈주를 계획한 피의자들이 흉기를 들고 법정에까지 가는 것이

가능한 허술한 검신, 계호 체계가 문제니까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것

이지 법정에서 무죄 추정을 받는 이른바 흉악범들에게 검사의 요청에

의해 수갑을 찬 채로 재판 받게 한다는 것이 옳은 처사인가.

법정에서 피의자가 수갑을 푼 채로 재판을 받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

된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물러설

수 없는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다. 재판을 통해 형이 확정되지 않는 한

무죄추정을 받는 피의자를 포승과 수갑을 채운 채 법정에 입정시키고

재판을 받도록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관점에서 분명 위헌적인 것이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인권단체들은 이 문제를 제기했으며, 최근에는 재

판정에 사복을 입고 출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도 취해진 것이지 않

은가.

한 나라의 인권 정책을 책임지는 법무부장관이라는 자가 법정에서 수

갑을 풀어준 것이 언론과 무책임한 인권단체들의 주장 때문인 것으로

호도했다는 후문이 들리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인권정

책이 정확한 잣대없이 여론의 향배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왔음을 반증

하는 것이어서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결국 인권보장을 위해 교도행

정을 개선하고,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던 정부의 인권정책이

라는 것이 철학적 기반도 정확한 정책방향도 없이 이처럼 근본마저 부

정하는 방향으로 하루아침에 뒤집어질 수 있는 것인지 필자로서는 이

해할 수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어쩌다 터지는 사건 때문에 원칙을

손바닥 뒤집듯이 한다면 도대체 이 나라의 상식적인 수준의 인권은 21

세기에도 요원하기만 할 것이 아닌가.

오히려 이번 사건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 때문에라도 정부의 인권정책

의 근간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교도행정만으로 국한시키더라도 교

도소 내의 문제는 개선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도소장이

절대적인 ‘하얀 집의 왕’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

고, 철저하게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교도소의 현 운영 시스템에서는 오

히려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근본 개선책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형편이다. 교도소 내에서 철저하게 유린되는 인권의 항목은 이루 열거

하기도 힘들 정도로 기본 체계부터 낙후되어 있고, 시설도 인원도 절

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지 않은가.

재소자들이 억울하게 인권 침해를 당해도 청원마저도 제대로 낼 수

없고 이를 사회에 알릴 기회도 없는 상황에서는 신창원이나 정필호처

럼 무모한 탈주 계획을 세우는 피의자들이 속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재소자들이 탈주를 꿈꾸지 않아도 되는 공정한 법 집행과 인

권보장체계의 굳건한 확립만이 법무부가 선택할 길임을 먼저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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