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의 소득세 전가는 탈세
세입자, 공제 요건 정확히 인지하는 게 중요
기한 놓치면 경정청구 기간 이용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월세소득 공제를 꺼리는 집주인들의 행태가 도를 넘고있다. 사진은 1월 23일 서울 신천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월세 매물 시세표가 붙어져 있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월세소득 공제를 꺼리는 집주인들의 행태가 도를 넘고있다. 사진은 1월 23일 서울 신천역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월세 매물 시세표가 붙어져 있는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월세소득공제를 받으려면 매달 월세에 부가세 10%를 더 내고요. 안 받을 거면 안 받겠다는 각서를 쓰세요.”

회사원 김태희(가명·34)씨가 서울 목동 월세 계약 당일 주인에게 들은 말이다. 김씨는 매달 내는 월세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 보증금을 올린 상태였다. 결국 매달 월세의 10%를 더 내느니 공제를 안 받는 게 나을 것 같아 각서를 썼다. 김씨는 “추운 날씨에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한 터라 주인과 얼굴을 붉히기 싫어 각서에 사인을 했다”고 말했다. 동석한 부동산 중개인은 이 상황을 관망할 뿐 법적 효력이나 당위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각서까진 아니지만 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오자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선 월세소득공제 문의가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ele○○○’는 “지금 월세를 관리비까지 58만원을 내고 있는데 소득공제를 신청하면 부가세로 10%를 더 내라고 하시네요. 원래 부가세 10%를 더 내야 하나요?”라고 올렸다. 또 다른 ‘xog○○○’씨는 “집주인이 자신이 세금을 더 내게 된다며 월세 10%를 부가세로 내라고 하는데 지불해야 하나요?”라고 비슷한 고민을 올렸다.

한 부동산중계인은 임대·임차인 간 월세소득공제 문제에 대해 “(공제 신청을 안 한다는 내용을) 특약으로 넣거나 각서를 쓰는 경우가 간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차인이 월세소득공제를 신청하면 주인도 신고를 해야 되니까 그런 것 같다”며 “부동산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 부동산 임대사업자는 ‘면세’ 사업자이기 때문에 부가세 10%를 요구하면 불법이다. 월세를 받고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국세청에 제보하면 집주인은 탈세로 처벌받을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택임대는 부가세를 과세하지 않는다”며 “부가세 표현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게다가 자신의 세금을 전가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엄연히 자신의 소득세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행위란 말이다.

정부는 임대사업자들의 소득세 전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중엔 임대료가 오간 내역을 계좌 이체로 남기지 않으려 이면계약서를 쓰거나 부가세를 아예 월세소득에 넣어 월세 자체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올해부터 임대사업자 중 1주택은 비과세로, 2주택부터 과세하도록 했다. 단 1주택도 기준시가 9억원 이상인 경우 과세한다. 또 오는 2016년까지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연 임대소득 수입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비과세로 돌렸다. 세금을 임차인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정책 메시지다.

하지만 정부는 임대소득을 어떻게 투명하게 거둘지에 대해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월세 소득과세 방식을 3번이나 고치면서 현재 소득세를 내는 계층은 현격하게 줄었다. 임대소득 과세의 연간 추정치가 50조원 정도로 소득세를 제대로 과세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세입자들은 월세소득 공제 조건을 잘 인지해야 한다. 무조건 월세 근로자라고 다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총 급여 수준은 올해부턴 7000만원 이하이거나 종합소득 금액 6000만원 이하만 가능하다. 또 확정일자는 필요없지만 ‘전입신고’는 돼 있어야 한다. 부부의 경우 근로자인 남편 대신 전업주부가 계약자인 경우 공제 대상이 아니다. 반드시 근로자 명의로 계약이 돼 있어야 한다. 공제 한도는 1년 월세 750만원의 10%인 75만원까지다.

만약 이런 조건을 갖췄어도 임차 당시 공제를 받지 못했다면 이후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경정청구 기한을 이용할 수 있다. 작년까진 3년이었지만 올해부터는 5년 기한으로 확대됐다.

임진정 국세청 원천세과 팀장은 “주택으로 인한 소득이 있을 경우 마땅히 소득세를 내야 함에도 그런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며 “세입자들이 적어도 자신이 공제를 받을 요건을 정확히 알고 준비해야 한다. 연말인 12월에 계약서상 이름이나 전입신고 사항 때문에 공제를 못 받는 것을 볼 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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