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에 다가가고 싶어 프로그램 맡아
“아이들 성적 오르고 왕따 사라져”
“공교육 내 프로그램 정비해야”

“아동기에는 인격이 결정되고 열다섯 살 청소년기에는 인생이 결정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어떤 교육,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30년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 아이들을 ‘중2병’이라며 취급하지만, 이 시기야말로 정말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EBS TV ‘다큐프라임-교육혁명, 15세에 주목하라’가 여성신문이 선정하는 ‘2015 학부모가 뽑은 교육브랜드 대상-바른교육상’ 수상 작품으로 선정됐다.

 

EBS TV ‘다큐프라임-교육혁명, 15세에 주목하라’가 여성신문이 선정하는 ‘2015 학부모가 뽑은 교육브랜드 대상-바른교육상’ 수상 작품으로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민정 프로듀서(PD)는 ‘중2병’을 ‘골든타임’이라고 정의했다. ⓒ여성신문
EBS TV ‘다큐프라임-교육혁명, 15세에 주목하라’가 여성신문이 선정하는 ‘2015 학부모가 뽑은 교육브랜드 대상-바른교육상’ 수상 작품으로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민정 프로듀서(PD)는 ‘중2병’을 ‘골든타임’이라고 정의했다. ⓒ여성신문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민정 프로듀서(PD·사진)는 ‘중2병’을 ‘골든타임’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인생의 골든타임을 우리는 무기력하게도 ‘중2병’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한 채 그냥 버리고 있다. 청소년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신이 주신 두 번째 양육의 시기’ ‘인생의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놓치면 위기가 되고, 잡으면 선물이 되는 시기”라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지난해 3월 3~5일, 10~11일 5부작으로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15세에 주목하라’는 서울 공진중 2학년생들이 일주일에 2시간씩 정규 교과과정 안에서 문화, 예술, 체육 위주의 몸으로 배우는 교육을 받는 과정을 담았다. 

1부 ‘왜 15세인가?’는 15세의 특징을 진단하고 대한민국 15세의 특징에 대해 조명했다. 2부 ‘열다섯이 나를 묻다’는 ‘나의 뿌리 찾기’ ‘ 내 안에 감정 읽기’ ‘나쁜 유산 태우기’ 등 15세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3부 ‘때론 친구, 때론 따’는 학교폭력과 따돌림으로 얼룩진 아이들이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4부 ‘사랑이 뭐예요?’는 성교육을 다뤘고, 5부 ‘꿈꿔도 좋아, 열다섯이니까’는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그램의 반향은 컸다. 전문가들은 15세 청소년기의 중요함을 총체적 접근을 통해 분석하고 바른 교육에 필요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는 높은 평가를 내렸다.

 

EBS ‘다큐프라임-교육혁명, 15세에 주목하라’ 중 막대를 던져 상대가 봉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을 학생들이 듣고 있다. ⓒEBS ‘다큐프라임-교육혁명, 15세에 주목하라‘
EBS ‘다큐프라임-교육혁명, 15세에 주목하라’ 중 막대를 던져 상대가 봉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을 학생들이 듣고 있다. ⓒEBS ‘다큐프라임-교육혁명, 15세에 주목하라‘

김 PD는 “PD 한 명이 만드는 다큐멘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도 예민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아이들을 위해 세상의 모든 교육과 철학을 담겠다고 다짐하고 시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작 과정은 쉽지 않았다. 촬영 허락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호응도가 떨어졌다. 

“처음에는 난리도 아니었어요. 아마도 ‘왜 우리를 주목하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욕 먹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들과 몸싸움 직전까지도 가봤어요. 콩나물에 물 주듯 새는 독에 물을 계속 부었더니 적대적이었던 아이들의 눈빛에서 날선 칼이 사라지더라고요.”

아이들은 인생수업을 통해 한 명씩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수업 최대의 훼방꾼이었던 아이는 평균 47에서 90점대로 성적을 올렸고, 집단따돌림(왕따) 문제가 사라졌다. 왕따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폭력 연극’ ‘투명인간 피구 왕따 체험’ 등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도록 했다. ‘음악치료’ ‘동작치유’ ‘감정치유’ 등의 감정을 다스리고 타인을 돌아보는 연습 시간을 마련했다.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는 교육을 하면 좋은 어른이 된다는 말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우리가 했던 수업이 말이 아닌 몸으로 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머리가 잊어버려도 몸이 기억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언제 이 수업이 생각날 것 같냐고 물어봤더니 실패했을 때, 결혼할 때, 아빠가 됐을 때 등 다양하더라고요.”

김 PD는 ‘중2병’으로 떠오르는 문제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공교육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부모들은 프로그램을 보고 노력하겠지만 순간에 머무를 수 있어요.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어렵죠. 현실적인 대안은 학교 교육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프로그램화하면 되는 거죠. 공교육의 변화가 사회변화의 시작일 수 있겠지요.”

김 PD는 프로그램을 다시 맡게 된다면 ‘15세 인생수업’에 출연했던 아이들의 진로부터 행보를 역추적해보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이 단단해져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저마다 찾아가고 있어요.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되는 딸이 중2가 됐을 때 제 프로그램 수업을 공교육에서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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