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체들,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은 노동시장 하향평준화 대책 비판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파견대상 확대 논의 중단돼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서초대로 대법원 앞에서 출발,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 오체투지 2차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서초대로 대법원 앞에서 출발,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 오체투지 2차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은 일자리 하향평준화 대책”이라고 비판하며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비정규직 대책들은 추상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임금체계 개편이나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등을 내걸고 있다”면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가 심하니,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임금과 고용안정성을 끌어내리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다”고 이 같이 밝혔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 계약기간 4년 연장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비정규직 처우개선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두 단체는 “지난해 중소기업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정규직화 약속을 믿고 2년 동안 쪼개기 계약을 감수하고 일하면서 성희롱까지 당했으나 2년 만에 계약만료로 해고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며 “그녀가 2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규직화에 대한 기대였는데, 희망고문을 당하는 기간을 4년으로 늘리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계약 기간을 채웠는데도 정규직 전환이 안되면 회사가 지급하도록 한 ‘이직 수당’에 대해서는 “정부가 임금체계 개편까지 내걸고 있는 마당에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용자들은 임금총액의 10%를 이직수당으로 줄 계획을 갖고 미리 연봉을 하향조정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문제 중 심각한 간접고용에 대한 대책인 ‘55세 이상 고령자와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파견확대’에 대해서도 “가장 근로조건이 열악한 파견노동자를 확대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두 단체는 “오늘도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 연세대기숙사분회 청소노동자들은 용역회사 변경에 따른 해고통지를 받고 해고철회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대책의 핵심은 파견업종 확대가 아니라 사용자성 확대로 사용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해 간접고용 노동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사용자의 인력운영의 합리성을 제고하고 정규직 채용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볼 때, 임금 삭감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두 단체는 “근로계약 해지의 기준과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것도 앞으로는 해고 기준과 절차만 잘 지키면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노동자에 대한 선전포고처럼 들린다”고 우려했다.

여성노동자 단체들은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가장 정확한 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공약을 내걸었던 지난 대선때와 달라진 상황이 있는가. 정규직화에 대한 기대를 잃고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는 노동자들의 절망이 더욱 커지고 있을 뿐”이라며 “노사정위원회도 이번 정부안을 버리고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차별해소를 위한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같은 시각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는 정부서울청사에서 7차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를 열어 비정규직 대책이 포함된 노사정의 제안을 공유하며 본격 논의를 시작했다. 노사정위는 논의를 거쳐 내년 3월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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