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한 몸이 된 것 같았어요”
“할머니와 한 몸이 된 것 같았어요”
  • 이소영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1.10 11:14
  • 수정 2018-01-10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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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핀 꽃,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 이야기’ 발간
평소 근로정신대 관심 많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시작
할머니 이야기 들으면서 감정이입 저절로 돼

 

(왼쪽부터)광주 조대여고 2학년 생 강수미·김미림양이 쓴 양금덕 할머니의 자서전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여성신문
(왼쪽부터)광주 조대여고 2학년 생 강수미·김미림양이 쓴 양금덕 할머니의 자서전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여성신문

지난해 12월 4일 출간된 ‘못 다 핀 꽃,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 이야기’는 지난해 8월 광주 조선대학교여자고등학교 교무실에서 시작됐다. “너희들 관심 있는 주제로 책 한 번 써보지 않을래? 선생님이 도와줄게” “근로정신대에 알리고 싶어요. 이 주제로 한번 해볼까요?” 조대여고 안봄 교사는 광주시교육청의 ‘책 쓰기 동아리’ 공모에 선정되자 강수미·김미림(18)양이 떠올랐다. 글쓰기 동아리 활동을 하는 두 학생은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일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86) 할머니의 증언과 수집한 자료를 모아 책으로 엮어냈다.   

두 학생이 할머니의 역사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지난해 학교에서 진행된 근로정신대 강연 덕분이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속에 “불이 일었다”는 이들은 이후 ‘근로정신대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서 주관하는 미쓰비시 불매 캠페인에도 참여하는 등 근로정신대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 할머니 일생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잖아요. 그래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머니께서 자서전을 쓰는 것에 대해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감사했어요.”(강수미)

책을 쓰기 위해 강수미·김미림양은 주말이나 공휴일을 이용해 양 할머니를 찾아 수차례 인터뷰했다. 2~3시간 정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후 주말과 새벽을 이용해 녹음을 풀고 글을 썼다. 안봄 교사(국어)는 교정을 보는 등 글을 봐줬다. 

1인칭 시점으로 쓴 책에는 막내로 태어나 사랑받았던 할머니의 어린 시절, 미쓰비시에서의 강제 노역, 순탄치 못했던 결혼 생활 등 양 할머니의 인생사를 고스란히 실었다. 양 할머니는 지난 1944년 5월 나주초교 6학년 재학 중에 일본인 교사의 말에 속아 일본으로 건너가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 회사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의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돌아왔다. 106쪽의 책에는 할머니의 삶 외에도 ‘조선여자근로정신대 Q&A’ ‘할머니의 감사글’ ‘에필로그’ 등이 담겼다. 

 

조대여고 2학년 강수미·김미림(18)양이 쓴  ‘못다 핀 꽃,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 이야기’. 두 학생은 할머니의 증언과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책을 완성했다. ⓒ여성신문
조대여고 2학년 강수미·김미림(18)양이 쓴 ‘못다 핀 꽃,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 이야기’. 두 학생은 할머니의 증언과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책을 완성했다. ⓒ여성신문

“할머니는 아흔을 앞둔 나이에도 놀라우리만치 정정하셨어요. 옛일을 더듬어 가며 모든 것을 말씀해주셨어요. 근로정신대로 일할 때의 부상과 배고픔은 너무나 처절해서 눈물이 나왔어요. 제가 마치 그 인생을 산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김미림)

“1인칭 시점으로 내용을 전개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할머니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서술해야 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감정이입이 돼서 수월하게 쓸 수 있었어요. 마치 제가 할머니가 된 듯, 거침없이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죠.”(강수미)

이들이 할머니의 사연 중 가장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결혼 후 생활이었다. 근로정신대를 일본군‘위안부’로 오인을 한 할머니의 남편은 “나는 이제 널 믿을 수 없다. 남자는 몇 명이나 상대했냐”며 매일 술을 먹고 들어와 때렸다. 그 후로 집을 나간 할아버지는 10년 동안 소식이 없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은 고국으로 돌아와 일본군위안부로 주위 사람들에게 오인을 받았어요. 손가락질은 기본이요, 혼삿길이 막히고,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양금덕 할머니처럼 가정 파탄을 맞기도 했습니다. 몇 년 근로정신대를 다녀온 것으로 거의 평생의 삶이 망가진 거죠.”(강수미)

책을 쓰면서 두 학생은 자연스럽게 진로를 정하게 됐다. ‘정치외교학과’에 가고 싶다는 꿈이 생긴 것. “사회 지도층 한 사람의 생각과 결정이 많은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희망이 되고 싶어요.”

자서전을 받아 본 할머니는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밝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떠올렸다”며 두 학생의 손을 꼭 잡고 감사의 인사를 몇 번이나 전했다고 했다.

앞으로 두 학생은 근로정신대에 대해 더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제 또래의 친구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안봄 선생님께서 지원금에 사비를 보태 40부를 발간했는데 뜻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 더 인쇄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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