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이 뽑은 올해의 10대 뉴스

2014년은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세월호 참사 후 정부가 보인 대처 능력에 더 큰 실망을 한 해였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정치·사회 지도층의 성희롱, 막말 등 ‘갑질’ 논란은 평범한 사람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그나마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한 우리 선수들을 보며 위로받았다. 

 

세월호 참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세월호 참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 안전불감증 대한민국 ‘세월호 참사’

인천항에서 제주로 운항 중이던 여객선 세월호가 4월 16일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탑승한 476명 중 172명이 생존, 295명이 사망했다.

12월 현재(24일 기준) 9명이 실종 상태로, 이 배에는 수학여행에 나선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 325명이 탔으며, 이 중 250명(실종자 포함)이 희생됐다. 특히 선내가 급속히 기울어지는 상황에서 아이들보다 먼저 세월호를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당초 무리한 증톤과 과적으로 배의 복원성이 악화된 상태라 예견된 참사란 지적도 나왔으며, 참사 발생 후 매뉴얼대로 구조가 이뤄졌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은 의문들로 남아 자식을 먼저 보낸 이들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 가운데 배 안에서 부모와 마지막 메시지를 주고받고,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던 아이들의 마지막 영상과 문자 등이 전해져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6·4 지방선거의 여성공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6·4 지방선거의 여성공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 6·4 지방선거, 나쁜 공천과 좋은 당선

6·4 지방선거에서 여성 854명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전체 당선자 3952명 중 여성 당선자의 비율은 21.6%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비해 2.9%포인트 늘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선 여성 후보 40명 중 9명이 당선, 서울(4명), 부산(2명), 대구(1명), 인천 부평(1명), 경기 과천(1명)이다. 서울지역 25개 선거구에서 강남 3구는 모두 여성 후보가 당선, 현역 구청장들이 재선이 되는 등 재신임 받았다.

그러나 여야는 당초 약속한 것과 달리 여성 후보를 내는 데는 인색했다.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여성 후보는 한 명뿐이었으며, 기초단체장 694명 중 여성 후보는 40명(5.7%)에 불과했다. 시·도 의원은 11.5%, 구·시·군 의회(기초의원)은 14%, 광역비례, 기초비례처럼 선출직이 아닌 부분에 여성을 몰아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헌으로 지역구 30% 여성 의무공천을 추천하겠다고 정했지만 지키지 않았고, 새누리당 역시 여성 후보를 배려하지 않은 우선공천 지역 선정으로 비판을 샀다.

 

 

 

송파 세 모녀의 자살 ⓒ뉴시스·여성신문
송파 세 모녀의 자살 ⓒ뉴시스·여성신문
3.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 끊은 송파 세 모녀

올해 초 서울시 송파구에 사는 세 모녀가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이들은 송파구 한 단독주택의 반지하방에서 유서와 현금 70만원을 남기고 번개탄을 피워 생을 마감했다. 특히 유서에는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쓰여 있어 마지막까지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의 상황을 나타냈다. 60대 어머니가 식당에서 월 150만원을 벌어왔지만 몸이 아픈 30대 큰딸과 만화가를 꿈꾸며 아르바이트로 전전했던 작은 딸이 있어 이들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받은 월급은 최저생계비보다 높아 아예 긴급 지원을 신청할 생각조차 못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선 2010년 이후 4년6개월 동안 기초생활수급자 1238명이 자살, 대부분은 부양의무제 조항으로 수급자에서 탈락됐다. 국회는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이런 부분을 개정한 일명 ‘송파 세 모녀법’을 통과시켰다.

  

 

 

윤일병 사망 사건 ⓒ뉴시스·여성신문
윤일병 사망 사건 ⓒ뉴시스·여성신문
4. 윤 일병 사망 사건, 군기 빠진 군대

군대 내에서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도 연천 28사단에서 지난 4월 윤모 일병이 선임병 4명에게 지속적이고 엽기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숨졌다. 이 병장 등 4명은 윤 일병에게 지난해 말부터 치약을 먹이고 입에 물을 들이붓고 바닥에 침을 뱉어 핥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지시하고, 주먹과 부대 물품 등을 이용해 수십 차례에 걸쳐 집단 폭행을 하는 등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또 6월 22사단 최전방 GOP(일반전초)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피의자 임모 병장이 병영 내 집단 따돌림을 당한게 아닌지 여부가 집중됐다. 또 같은 부대에서 소초장이 실탄을 장전한 소총으로 부하들을 위협하는 등 가혹행위 사실이 드러났으며 9월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 남모 병장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후임병을 수차례 폭행했다. 

 

 

사회지도층 성추행 및 막말. 박희태 전 국회의장,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왼쪽부터) ⓒ뉴시스·여성신문
사회지도층 성추행 및 막말. 박희태 전 국회의장,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왼쪽부터) ⓒ뉴시스·여성신문
5. 사회지도층 막말, 성추행 등 ‘갑질’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지도자, 사회지도층이 막말과 성희롱을 한 뒤 사죄보단 변명으로 일관해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골프장에서 20대 여성 캐디의 가슴과 엉덩이 등을 여러 차례 만지는 등 성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손녀 같아서”라고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해 논란을 키웠다. 전직 검찰총장도 골프장 여직원의 기숙사까지 찾아와 강제로 성추행한 한 일이 발생했다. 

또 지난 10월 성추행을 당한 피해 여성 부사관이 새로 전임을 간 17사단에서 사단장에게 또다시 성추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사단장이 성추행으로 긴급 체포됐다.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는 폭언,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이 됐으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대한항공에 탑승해 승무원의 땅콩 기내 서비스를 문제삼아 비행기를 회항시켜 '갑질' 논란이 일었다. 

 

 

 

정부가 지난 2월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고용노동부,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정부가 지난 2월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고용노동부,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여성신문
6. 정부부처 합동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 

사상 처음 정부부처 합동으로 이른바 ‘아빠의 달’을 도입해 남성의 돌봄 참여를 명문화하고 경력단절 예방 정책을 내놨다. 지난해 6월 ‘고용률 70% 로드맵’ 발표 후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과제인 여성고용률 제고를 위해 박차를 가한 것으로 30대 여성의 일·가정 양립의 문제로 인한 경력단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다. 

정부가 여성의 임신, 출산, 보육 문제에 책임을 지고,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리며,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하기위한 종합대책이다. 

한편 통계청 기준 2013년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50.2%로, 4년 전(49.4%)보다 0.08%포인트 올랐다. 실제 2012~2013년 새일센터를 통해 재취업한 여성 10만8000여 명을 연령별로 보면 40대 36.0%, 50대 이상 41.7%로 40·50대가 전체 77.7%에 달한다. 경력단절 정책의 주요 타깃인 30대 취업자는 15.4%에 불과해 경력단절 여성을 일터로 불러오는 데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스포츠계 여성파워. 이상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박인비 골프선수,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손연재 리듬체조 선수(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뉴시스·여성신문
스포츠계 여성파워. 이상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박인비 골프선수,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손연재 리듬체조 선수(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뉴시스·여성신문
7. 스포츠계 여성 파워

스포츠 분야에선 여성 파워가 돋보였다.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는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첫 금메달을 땄으며,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0회 연속 우승, 올해만 무려 4개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3승을 기록한 박인비 선수는 골프 세계랭킹 1위를 잡아 박세리 선수 등 다른 걸출한 선수들이 오르지 못한 ‘올해의 선수상(Player of the Year)’에 이름을 올렸다. 손연재 선수는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인천아시아경기 대회에서 금메달을,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으며,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4위 등 최고 기록을 얻었다.

한편 김연아 선수는 올해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 출전에 은퇴 무대를 선보였다.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밀려 2위였지만 금메달 못지않은 연기로 판정 시비가 일기도 했다. 김연아 선수는 2007년 세계선수권에 ‘록산느의 탱고’로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2년 후 세계선수권에서 ‘죽음의 무도’로 자신의 신기록을 경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점(228.56점)으로 금메달을 땄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박근혜 대통령의 UN총회 연설
일본군'위안부' 문제. 박근혜 대통령의 UN총회 연설 ⓒ뉴시스·여성신문
8. 박 대통령, 일본군‘위안부’ 문제 국제사회에 공식 언급

정부가 국제무대에서 공식적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거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 24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첫걸음을 위안부 문제 해결로 보고, “퇴행적인 언행이 반복되지 않는 게 양국 신뢰를 쌓고 관계 발전을 해나가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대표적인 지한파 미국 의원인 일본계 혼다 의원을 만나 “위안부 문제는 여성인권에 관한 보편적 가치의 문제로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도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 만장일치로 위안부 피해자 추모공원 조성 및 기림비 설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일본 아베 정부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우익 인사들의 막말은 계속되고 있다.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탄생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탄생 ⓒ뉴시스·여성신문
9. 여성발전기본법,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재탄생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 구현 취지에 맞도록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바뀌었다.

지금껏 여성차별, 남녀격차 해소를 중요한 과제로 해왔다면, 양성평등은 오늘날 여성운동의 패러다임이 젠더 중심의 성주류화 정책으로 바뀌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정안은 양성평등에 관한 권리 보장과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 강화, 지금까지 여성의 사회진출과 권익 향상에 역할을 해왔지만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전부개정안으로 발의됐다.

현행법에 ‘양성평등’의 정의 규정을 신설하고 성희롱 범위를 확대했으며, 5년 마다 양성평등 정책 기본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실태조사의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모성뿐만 아니라 부성까지 보장해 실질적 양성평등을 촉진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유엔안보리 결의 1325호, 국가행동계획으로 수립 ⓒUN 홈페이지
유엔안보리 결의 1325호, 국가행동계획으로 수립 ⓒUN 홈페이지
10. 정부, ‘유엔 안보리 결의 1325호’ 국가행동계획 수립

정부가 ‘여성, 평화와 안보에 관한 유엔 안보리 결의 1325’를 국가행동계획으로 수립했다.

지난 2000년 결의한 안보리 결의 1325호는 분쟁 예방 및 분쟁 이후 평화 구축 활동에 성인지적 관점을 통합, 분쟁지역 성폭력으로부터 여성 보호, 분쟁 해결 과정에서의 여성 참여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특히 결의안에는 모든 의사결정 과정의 여성 참여 요구, 성범죄로부터 여성 보호, 여성인권 증진, 평화유지 활동에 성인지 관점 주류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 국가행동계획은 예방, 참여, 보호, 구호·회복 등 4가지 분야의 총 10개 목표와 목표별 세부 과제로 구성 PKO 파병 전 교육훈련 실시, 국제협력을 통한 성폭력 예방 시스템 구축, 국방·외교·통일 정책에 성인지 관점 도입, 개발원조를 통한 분쟁지역 여성 보호 및 자활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정부는 국가행동계획의 효율적 이행과 모니터링을 위해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회의를 연 2회 개최하고, 관련 민간 전문가를 초청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