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하는 날만 기다려져”
“6개월 이상 연습 후 무대에 오를 때 성취감 가장 크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접고 사는 사람들, 그들에게 지난 꿈을 일깨워주고 싶었다.”

얼마 전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 기자회견에서 지휘자 금난새씨가 한 말이다. 최근 드라마와 예능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오케스트라’는 연주자들의 화합이 가장 중요한 편성이다. 음악을 사랑하고 진정으로 연주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그들의 열정은 전공자 이상으로 뜨겁다.

실제로 음악 동호인들의 가장 큰 참여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오케스트라’다. 오케스트라는 인원이 많을수록 효과적이기 때문에 인원 제약이 없다는 점, 함께 공부하고 연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전문연주가로 구성된 국내 유일 여성 오케스트라이다. ⓒ광주여성필하모닉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전문연주가로 구성된 국내 유일 여성 오케스트라이다. ⓒ광주여성필하모닉

IT업계에 종사하는 하동훈(44)씨는 아마추어 단체 ‘비루투오소 오케스트라’의 단장이다. 그가 맡은 악기는 비올라. 2004년 결성된 이 오케스트라는 12월 20일 과천시민대강당에서 10주년기념 연주회를 열었다.

“창단부터 현재까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단원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 단원은 50명 이상, 매주 금요일 서초동 연습실에 모여 합주 연습을 하고 있다.”

단원들은 주로 과거에 악기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이 오케스트라는 오래 만나온 만큼 가족과 같은 끈끈함을 갖고 있다. 오케스트라를 하는 이유에 대해 하동훈 단장은 “협동심과 소속감을 꼽을 수 있다. 6개월 이상 연습을 한 후 정기 연주회 무대에 올렸을 때의 성취감이 가장 크다. 소속감을 갖고 같이 해낸 동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 한다.

프로 연주자들, 그중 여성으로만 구성된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광주여성필)는 1991년 광주시향과 목포시향의 중견 여성 단원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20명 규모의 ‘광주여성챔버앙상블’로 시작해 현재는 85명의 ‘필하모닉오케스트라’로 성장했다.

광주여성필은 정기연주회·기획연주회·찾아가는 음악회 등 300회가 넘는 연주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모임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5년 전 산하 단체로 만든 ‘다문화M오케스트라’ 때문일 것이다. 단원들의 재능기부로 육성해온 이 단체는 전국 최초 다문화 가정 오케스트라로 초·중·고등학교 아이들과 부모 6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광주여성필과 다문화M오케스트라 단장을 겸하고 있는 첼리스트 김유정씨는 “악기를 만져본 적도 없는 초보자들을 지도하며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보람이 크다. 서로 의지하며 화음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이 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다문화M오케스트라는 다문화라는 특수성을 중심으로 모인 단체이다. ⓒ광주여성필
다문화M오케스트라는 다문화라는 특수성을 중심으로 모인 단체이다. ⓒ광주여성필

다문화M오케스트라의 악장 니시오카 미도리(48)씨는 “현재 고1인 딸과 4년 전부터 함께하고 있다. 딸은 바이올린을 하고 나는 더블베이스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합주실을 오가며 딸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선생님들이 내년에도 하겠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이제 우리에겐 연습실 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기 때문에 꾸준히 하고 싶다”고 한다. 다문화M오케스트라의 존재에 대해 “다문화라는 특수성을 오히려 장점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하다. 때때로 한국 생활이 외로울 때가 있는데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이 주말마다 모인다는 생각에 한 주 동안 연습하는 날만 기다리게 된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더라. 행여나 이 오케스트라가 없어진다면 우리끼리라도 작은 동아리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오케스트라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