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더라도 모두 사람이 문제이다. 일 자체가 힘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으로 고단하다. 남성중심적인 조직에서 자신을 여성으로 동일시하지 않으며 남성 관리자들에게만 충성하며 직장생활을 ‘비교적 잘’ 연명해 나가는 여성들을 보게 된다. 단어가 주는 강력한 느낌과는 달리 ‘여성혐오’는 의외로 사회에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다. 목숨을 바쳐가며 여성의 투표권, 교육권을 외쳤던 여성주의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이 자리게 있는지, 자신이 서있는 위치의 역사성도 망각한 채 여성들이 가진 힘을 폄하하고 여성들의 세계를 분열시키곤 한다.

‘여성’ ‘관리자’들은 또 어떠한가? 무능력하거나 사악하게 보이거나. 중간이 조금 드물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주변 남성들의 자원에 힙입어 관리자가 된 여성들은 업무능력이 떨어져 조직에 민폐를 끼치게 되기도 한다. “호호호호호”. 그녀의 천진난만한 듯한 웃음소리는 열심히 일하는 여성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여성으로서 어떻게 직장생활을 해 나가야 할지에 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만든다. 남성중심적인 세계에서 자신의 피나는 노력으로 진입, 승진장벽을 뚫고, 때로는 여성자신을 향한 근거 없는 음해와 싸우며 그 자리에 오른 여성에게 이제 남은 것은 독밖에 없다. “징징대지 마. 내가 이 자리에 어떻게 올랐는지 알아?” 이러면서 여성들을 다그치지만 그녀의 내면은 한없이 피폐해져 있다. 그녀들은 자기 자신과 주변을 성찰할 힘을 잃어버리곤 한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이 대통령이 되고, 제19대 국회에 의회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 국회의원이 들어오면서 여성관리자 육성, 여성임원 할당 등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미래 여성인재 10만 양성’과 맞물러 여성관리자 확대를 목표로 하는 다양한 법률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의원실에서도 여성관리자 확대와 여성임원 할당을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적 지원방안을 조사해달라는 의원실의 요구서가 내 책상 위에 계속 쌓이고 있다.

어떠면 가장 쉬운 것은 제도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선 ‘정부조직법’, ‘법원조직법’, ‘국회법’을 개정하여 여성관리자 확대에 관한 내용을 추가한다. 역사적으로 누적된, 여성에 대한 적극적 차별시정조치에 있어서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가 모범을 보여 공공기관과 민간기업까지 선도해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성 관리자와 임원확대 논의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아프고 두렵지만 솔직히 현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여성이 최소한 관리자, 임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줘야 하고 몸속의 독기도 빼줘야 한다. 여성관리자 발굴, 육성 및 훈련, 자기치유 프로그램이 하루속히 도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성관리자와 임원 확대를 외친 ‘무수리들’은 맨날 걸레질하며 카페트 손질하고 있고, 여성혐오로 가득차서 여성을 위하여 하나도 기여하지 않은 ‘공주님들’은 레드카펫에 등장해 엘리베이터타고 승천하는 악몽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최소한의 공정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여성관리자와 임원 확대정책은 그러한 정책에 기여한 사람에 대하여 기회를 주고 여직원 내부의 평가와 검증시스템을 거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성에게 기여한 삶, 여성으로부터의 인정, 그것이 여성관리자로서 갖추어야 할 최초의 검증이자 최소한의 자격요건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