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워크넷 여성구직자 대상 면접요령 삭제·사과문 요구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에 게시된 성차별적 면접 질문과 답변. ⓒ워크넷 캡쳐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에 게시된 성차별적 면접 질문과 답변. ⓒ워크넷 캡쳐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고용정보시스템인 ‘워크넷’에 심각한 성차별적 내용이 게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고용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에 따르면 워크넷의 ‘취업도우미-면접요령’ 코너에서 ‘여성지원자 연관 질문 및 모범답변’으로 제시한 질문과 답변을 중에는 성차별적인 내용이 버젓이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커피나 복사 같은 잔심부름이 주어진다면 어떡하겠는가’, ‘결혼 후 아기가 태어나면 어떡하겠는가’, ‘결혼은 언제 할 계획이냐’, ‘결혼 후 남편이 사직을 강요하면 어떡하겠냐’ 등 성차별적인 질문이 대다수였다. 이 질문들은 이미 지난 2002년 당시 여성부에서 성차별적 질문으로 규정해 금지한 것들이다. 특히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함에 있어서 직무의 수행에 필요로 하지 아니하는 용모, 키, 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기타 노동부령이 정하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워크넷은 결혼 질문에 대한 ‘모범답변’으로 “여성 사원의 결혼에 대한 견해는 기업에 따라서 각양각색이다. 육아 제도 등이 없을 경우, 결혼 후 퇴사를 전제로 하고 있는 회사도 있으므로 신중하게 답변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결혼계획이 없다고 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코치하고 있다. 또한 ‘결혼은 언제 할 계획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업무를 제대로 할 만하면 퇴사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결혼 예정자나 오래 된 애인이 있을 경우 기업은 채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퇴사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여성단체들은 성명에서 “육아제도 등은 법적 강행규정으로, 기업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결혼 후 퇴사를 전제로 하는 것 또한 명백한 불법임에도 고용노동부는 이를 모른 채 하고 있는 것”이고 지적했다. 실제 여성단체 상담창구에는 아직도 결혼계획을 밝히자 퇴사를 강요하는 상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워크넷에 게재된 성희롱 관련 질문과 답변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워크넷은 ‘최근 성희롱 관련 재판도 많고,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 사원에게 곤란을 당한 회사도 있다. 도량을 넓혀서 독자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은 무엇인가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에 대한 가벼운 말 정도라면 신경 쓰지 않겠고, 농담으로 잘 받아칠 정도의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가 모범답변이라고 제시했다. 

여성단체들은 “고용부가 성희롱 사건이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지며, 성희롱 사건으로 회사가 곤란을 당하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답변”이라며 “면접 과정부터 이 같은 성차별적 질문을 받고 커피타기 같은 잔심부름을 강요당하며 결혼하거나 임신하면 퇴사해야 하는 불안한 여성노동자가 성희롱 피해를 당하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여성단체들은 성명에서 “수많은 여성구직자들은 워크넷에 여성구직자 대상 면접요령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갖고 지원하려던 회사에서 자신이 겪어야 할 성차별을 예감하며 성차별을 당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워크넷에서 당장 여성구직자 대상 면접요령을 삭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워크넷 팝업창을 통해 여성구직자들에게 사과하고 면접과정에서 성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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