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성 주류화 실효성 높이려 노력
호주제 폐지 이후 여성 공통 의제 제시 못해
지속가능한 운동 위해 물적·인적 자원 마련해야

 

11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이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베이징+20과 post 2015, 젠더관점에서 본 한국사회의 변화’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1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이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베이징+20과 post 2015, 젠더관점에서 본 한국사회의 변화’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회의가 20년, 국제사회의 빈곤 퇴치를 위한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추진된 지 15년째를 맞는 2015년을 한 해 앞두고 그동안의 여성운동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이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베이징+20과 post 2015, 젠더 관점에서 본 한국 사회의 변화’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여성연합은 10년 전인 2004년 ‘베이징+10’을 개최하고 여성운동의 분야별 의제를 점검한 바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그 후 10년 동안의 활동 성과와 한계, 미래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유엔은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회의 이후 5년마다 베이징행동강령 이행평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여성연합은 유엔의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해 베이징행동강령의 12개 분야와 한국적 맥락을 고려한 긴급 현안 5개 분야를 추가하고, 베이징행동강령 12개 분야 중 한 개 분야를 통합 조정해 최종적으로 총 16개 분야에 대한 이행평가를 진행했다. 16개 평가 분야는 권력 및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여성, 여성 발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여성의 교육과 훈련, 북한이탈 여성, 여성 농민, 여성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주여성, 여성 인권·폭력, 여성과 빈곤, 여성과 노동(경제), 여성과 건강, 여성과 무력분쟁, 여성과 미디어, 여성과 환경, 여아(girl-child)다.

특별히 이번에는 처음으로 지역별 평가도 이뤄졌다. 1995년은 베이징행동강령이 채택된 해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선거가 최초로 실시된 해이기도 해 글로벌 여성규범인 베이징행동강령이 어떻게 지역 여성의 삶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조영숙 여성연합 국제연대센터장은 “국가 범위가 아닌 지역 범위에서 글로벌 페미니즘과 초국적 여성운동(Transnational Feminist Movement)과의 연계 및 발전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임과 동시에 큰 도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역별 평가는 여성연합의 지부들이 참여해 경기, 경남, 경북, 전북, 광주, 대구, 대전, 부산광역시로 진행했다.

김금옥 여성연합 상임대표는 “1995년 베이징여성대회에서 성평등 실현과 여성의 세력화를 위한 성 주류화 전략이 채택된 이후 한국은 관련 법과 추진 기구를 만들고 젠더 거버넌스 등을 통해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될 때까지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제도화에 집중해 여성정책의 발전과 많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 시행됐지만 현실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강화와 보수정권의 연장으로 성평등 담론은 위축되고, 여성정책은 후퇴하고, 젠더 거버넌스는 파괴됐다”고 짚으며 “여성 내부의 차이 심화, 양극화 심화, 여성빈곤화, 여성 몸에 대한 통제와 왜곡 심화, 여성운동에 대한 역풍과 온라인과 미디어를 통한 여성차별 및 혐오 확대, 여성폭력 증가 등 여성이 직면한 현실은 성평등 실현과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 대표는 10년 전 베이징+10 평가 때의 여성운동이 여성 공통의 의제를 발굴하고 여러 계층의 공동 대응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면, 지난 10년은 가시적인 성과들이 개개인의 삶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실효성을 높이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2005년 호주제 폐지 이후 여성의 공통 의제를 사회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여성운동이 담론 선점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젠더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이나 위기를 보지 않으면 한국 사회를 총제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젠더불평등을 보지 않고서는 불평등 해소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영숙 센터장도 “평가를 담당할 운동단체의 부재로 인해 여성 노인 이슈와 같은 중요한 이슈들이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여성운동의 전망 속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여성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김금옥 대표는 “젠더 차별로 불평등을 만드는 사회구조의 전환을 위해 제도화 중심의 성 주류화를 넘어 성평등을 위한 여성독자목표(stand-alon goal)와 지속가능하고 인간 중심적 개발 목표에 이행 수단과 성평등 우선 과제를 통합하는 쌍둥이 전략(Twin-track Approach)을 채택하고 성평등 전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분야별 여성운동가들의 통합성, 지속성을 담보하면서 운동력과 생명력 확보, 젠더복지국가 건설, 사회적 연대 강화, 여성운동 주체 강화와 여성주의 ‘공간’ 확대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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