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속 여성 캐릭터 선 차장과 안영이
일·가정 양립이 버거운 워킹맘과 성차별 겪는 신입 사원
여성 시청자 공감 이끌어내

 

tvN의 ‘미생’ 여성캐릭터. 입사 후 뛰어난 실력으로 빠른 승진을 한 선차장(신은정 분)과 인턴기간 중 합격 0순위로 꼽힐 만큼 눈에 띄었던 에이스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 분). ⓒtvN 제공
tvN의 ‘미생’ 여성캐릭터. 입사 후 뛰어난 실력으로 빠른 승진을 한 선차장(신은정 분)과 인턴기간 중 합격 0순위로 꼽힐 만큼 눈에 띄었던 에이스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 분). ⓒtvN 제공

윤태호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이 화제다. 미생이란 ‘아직 살아남지 못한 자’라는 뜻으로 바둑에서는 집이나 대마가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드라마가 매해 방영될 때마다 이를 공감하는 직장인들의 댓글이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다. 드라마가 아닌 리얼리티물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극중 눈에 띄는 여성 캐릭터는 입사 후 뛰어난 실력으로 빠른 승진을 한 선 차장(신은정 분)과 인턴 기간 중 합격 0순위로 꼽힐 만큼 눈에 띄었던 에이스 신입 사원 안영이(강소라 분). 평균 이상의 외모와 직업 등을 가진 ‘미생’ 속 여성 캐릭터의 모습은 자칫 ‘동떨어진 이야기’로 보이지만 우리네 현실과 닮아 있다.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에서 12년째 일해 온 선 차장은 딸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일도 가정도 똑 부러지게 챙기는’ 겉모습과 달리 속사정은 고단하다. 퇴근 후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 순번을 정하는 것 때문에 속병을 앓는 모습은 짠하기까지 하다. 선 차장의 딸 소미 역시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바래다주면서 헐레벌떡 뛰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이 익숙하다. 선 차장에게 일·가정 양립은 ‘먼 나라 얘기’로 보인다. 

현실의 장벽 앞에서 선 차장은 안영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결혼하지 마. 그게 속 편해”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아. 워킹맘은 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죄인, 어른들에게도 죄인, 애들은 말할 것도 없고….”

 

tvN의 ‘미생’ 여성캐릭터. 입사 후 뛰어난 실력으로 빠른 승진을 한 선차장(신은정 분)과 인턴기간 중 합격 0순위로 꼽힐 만큼 눈에 띄었던 에이스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 분). ⓒtvN 제공
tvN의 ‘미생’ 여성캐릭터. 입사 후 뛰어난 실력으로 빠른 승진을 한 선차장(신은정 분)과 인턴기간 중 합격 0순위로 꼽힐 만큼 눈에 띄었던 에이스 신입사원 안영이(강소라 분). ⓒtvN 제공

선 차장의 뼈 있는 조언에 안영이는 아무 말도 못한다. 그 역시 남성 중심적인 조직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불평등을 온몸으로 부대끼며 버텨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턴 시절 자신의 엉덩이와 가슴에 ‘뽕’을 넣고 신개념 속옷을 팔았던 안영이는 입사 직후부터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안영이는 “이래서 여자랑 일 못 한다” “결혼에 임신에 출산에 육아까지 여자들은 참 이기적이야”라고 쏘아대는 선배와 상사의 타박을 듣고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린다. 급기야 그는 임신한 상태로 밤샘 업무를 계속하다 결국 실신해 의무실에 실려간 여직원을 본다. 물론 이를 보는 남자 직원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이기적이다. 첫째, 둘째 낳을 때도 우리가 그렇게 배려를 해줬는데”라는 남자 직원들의 말은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안영이를 위축시켰다.

분명한 건 드라마를 통해 여성들이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는 점이다. 대기업 부장이자 워킹맘인 취재원은 “드라마요? 100% 공감했죠. 워킹맘은 다 똑같으니까요”라며 “퇴근 후 회사의 직함을 다 벗어버리고 빨래를 개는 선 차장의 모습이 자신과 똑같았다”고 말했다. 

‘미생’ 제작진은 “여성이 결혼·출산·육아로 인해 직업을 포기해야 하거나 성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아픔, 직장 내 성희롱 등 묵직한 주제를 담았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 미생들을 위로하는 에피소드로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치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드라마가 많은 여성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것은 이들의 모습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자 곧 미래의 내 모습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3040 워킹맘의 존재는 사회의 큰 자산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한 편 한 편이 사회학적 보고서다. 부디 드라마를 통해, 이제는 워킹맘 문제가 단순히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는 공동의 문제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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