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정수 고정시키고 지역구와 비례 대표 간 비율 정해놓는 게 필요

 

헌법재판소 ⓒ뉴시스·여성신문
헌법재판소 ⓒ뉴시스·여성신문

정치권에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발 폭탄이 떨어졌다. 헌재가 지난 10월 30일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방식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의 요지는 현행 ‘3 대 1’인 선거구별 인구 편차 기준을 ‘2 대 1 이하’로 조정하라는 것이다.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너무 커 표의 등가성이 지나치게 침해받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현재는 ‘1인 1표’(one man, one vote)뿐만 아니라 ‘1표 1가치’(one vote, one value)가 평등선거의 기준이라고 판단했다. 종전에는 국회의원 1개 선거구를 만들 수 있는 최소 인구가 10만3469명, 최대 인구는 31만406명이었다. 그런데 2014년 9월 인구수를 기준으로 현재 지역구 국회 의원수(246명)로 나누면 지역구별 평균 인구수는 20만8000명 정도다.

이를 2 대 1 인구표차 방식을 적용하면 최소 13만8984명, 최대 27만7966명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246곳의 선거구 가운데 37곳이 최대 인구를 초과하고 25곳이 최소 인구에 미달해 62곳의 선거구가 조정 대상이 된다. 세부적으로는 수도권이 24곳(경기 16곳, 인천 5곳, 서울 3곳), 충청권(대전 1곳, 충남 3곳)의 경우 상한 인구를 초과해 선거구를 조정하거나 신설해야 한다.

반면 경북 6곳, 전북 4곳, 전남 3곳, 강원 2곳은 인구가 미달해 선거구를 다른 곳과 합쳐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 선거구 재획정을 둘러싸고 몇 가지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과 위상에 관한 것이다. 현재 획정위는 국회에 존재하며 국회의장 자문기구이고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다.

문제는 아무리 획정위가 안을 만들더라도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 특위에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획정위를 국회가 아닌 중앙선관위에 비정파적이고 독립적인 기구로 구성하고 획정위가 결정한 사항을 국회가 찬반 여부만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의원들이 선거구를 기형적으로 획정하는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선거구가 정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둘째,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논의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표의 등가성을 해소할 장치로 기존의 소선거구제를 중·대 선거구제, 도·농 복합제 등으로 대체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원혜영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농촌은 소선거구제를 지키되 선거구가 3곳 이상인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권력구조와 선거구제 간에는 조화성이 존재한다. 가령,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소선거구제, 내각제 국가에서는 소선거구와 비례대표제의 혼합(독일, 일본 등) 또는 정당명부식 대선거구제(스웬덴 등)를 채택하고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중·대 선거구제를 채택하는 나라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런 조합은 지극히 기형적이라는 방증이다.

따라서 만약 선거구제를 개편한다면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전국을 5~7개 권역으로 나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다만,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고, 의석을 배분할 때 인구 비례가 아니라 모든 권역에게 동일하게 의석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지역구는 표의 등가성을 유지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에서는 지역 대표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셋째, 의원 정수에 관한 논쟁이다. 전 세계적으로 의원 정수가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우리 헌법에는 “국회의원 정수는 200인으로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구 획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역구 의석이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한다. 이번에는 의원 정수를 고정시키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간의 비율도 정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의원 정수를 300인으로 고정하고, 지역구(200인) 대 비례구(100인) 비율을 2 대 1로 고정시키는 것이다.

민주정치는 경쟁에 기초한 정치 유형이다. 선거구 획정을 포함한 정치 게임의 기본 규칙인 선거제도의 형평성과 공정성은 민주정치의 승패를 결정한다. 선거제도가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장에서 결정될 때 이것은 마치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경제생활 전체를 직접 관리하는 통제경제에 견줄 수 있는 통제민주주의(command democracy)가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정치권은 잊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어떤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더라도 여성의 대표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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