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음식 요구·거부하면 악의적인 글 올려
광고글 판치는 블로그, 진짜 후기 찾기 어려워

 

파워 블로거들의 불합리한 행태를 비판하고 이러한 문제를 누리꾼 스스로 막아보고자 만들어진 ‘우리는 파워블로거지를 반대한다(아파반)’ 카페 화면. 이들은 파워블로거들이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권력처럼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이를 막기 위해 피해 사례와 법적 대처요령 등을 공유하고 있다.
파워 블로거들의 불합리한 행태를 비판하고 이러한 문제를 누리꾼 스스로 막아보고자 만들어진 ‘우리는 파워블로거지를 반대한다(아파반)’ 카페 화면. 이들은 파워블로거들이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권력처럼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이를 막기 위해 피해 사례와 법적 대처요령 등을 공유하고 있다.

“저 파워블로거인데, 커피랑 케이크 주시면 블로그에 후기 올려드릴게요.”

서울 마포구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자신의 가게를 찾아와 이렇게 말하는 ‘블로거’들에 치를 떤다. 가게를 찾아와서는 다짜고짜 공짜 음식을 요구하는 이들은 누구보다 당당하다고 했다. A씨는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유명 블로거라고 하니까 서비스로 케이크를 줬는데, 무료로 음식을 달라고 하는 블로거들이 정말 많더라”면서 “한번은 거절했더니 ‘내가 누군지 아냐’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이 커진 ‘파워 블로거’ 가운데 일부가 자신의 위치를 악용해 기업과 음식점 등에서 상식 밖의 행동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들을 가리켜 ‘파워블로거지’라고 비난한다. ‘파워블로거’와 ‘거지’를 합친 말이다. 이들은 업소를 찾아가 자신의 블로그에 호의적인 글을 올릴 테니 돈을 달라거나 물건을 무상으로 요구하다가 이를 거부당하면 자신의 블로그에 악의적인 글을 올리기도 한다. 대부분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파워블로거들의 ‘갑질’ 횡포다.

지난 2월에는 한 블로거가 올린 비난 글로 인해 한 여성이 10년 다닌 직장을 그만둔 사건도 있었다. 당시 한 대형마트에서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마트 직원이 상품권이 증정되지 않는 상품에 행사 표시를 잘못해 고객이 이를 문제 삼았다. 그 후 마트 측은 상품권 증정이 해당되지 않는 상품이었음에도 상품권을 제공했지만 이 고객은 자신의 블로그에 “직원이 곧바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 “화가 나서 잠을 못 자겠다”는 내용의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다. 정확한 전후사정을 알리 없는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은 해당 직원은 결국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한편, 일부 블로거는 칭찬 일색인 후기글만 올리기도 한다.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고 쓰는 홍보·광고글이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홍보글이 판치면서 이제는 블로그에서는 진짜 맛집이나 제대로 된 제품 후기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블로그의 폐해가 늘어나자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해 추천·후기글 표준문구를 마련했다. 가령, 블로거가 대가성 홍보글을 게재할 때는 ‘위 상품을 추천하면서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고 표시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형사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파워블로거들의 ‘진상’ 행위까지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누리꾼 스스로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자각하고 자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는 파워블로거지를 반대한다(아파반)’ 카페다. 일부 블로거와 누리꾼들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곳에서는 일부 파워블로거들의 불합리한 행태를 문제 삼고, 피해 사례를 제보받거나 법적 대처 요령을 공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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