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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넘겨서도 영화 '거짓말'이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제기된 논쟁은 이 영화가 ‘음란물이다’‘아니다’로 모아진다.

영화 '거짓말'은 지난 해 두 번의 등급보류 끝에 상영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제작사는 “타협하지 않겠다”던 당초 입장을 철회

하고 교복을 입고 남자주인공을 구타하는 장면 등 문제로 지적되는

장면을 13분 가량 삭제한 후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제출했고, 극적으

로 통과되어 지난 1월 8일 개봉했다. 개봉 1주일만에 서울 관객 14

만을 동원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개봉 이틀 전인 6일 음란폭력성조장매체 대책시

민협의회(음대협, 공동대표 손봉호)는 영화 '거짓말'의 장선우 감

독, 제작사 신씨네 대표 신철씨 및 단성사 등 이 영화 개봉과 관련

한 신문광고를 낸 전국 43개 극장주들을 형법상의 음화 제조, 배포

등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하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이어 청소

년보호위원회(위원장 강지원)와 서울YWCA 등 11개 시민단체도 13

일 공동 성명을 내고 영화 상영을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제작자인 신씨네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의 사회적 영

향력을 평가하여 등급을 내려 분류하는 전문가집단’인 등급위원회

의 등급판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표명하고, 음대협의 행태에 대해서

는 ‘어이없다’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맞대응 하겠다

고 밝혔다.

한편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역시 19일 성명서를 내고 '거짓말'의 종

영을 요구한 상태.

여성계는 일단은 영화 '거짓말'에 대한 검찰 수사와 같은 공권력의

개입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영화의 종영을 요구하

기는 하나 시민들의 의견에 따른 극장주들의 ‘자발적’ 판단에 맡

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 대한 시민의 종영 촉구나 검찰의

수사 등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는 혐의가 씌워지는

데는 모두 반대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애 소장은 영화가

“포르노적”이라면서 “등급외 전용관이라면 몰라도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은 성에 대한 일반인의 정서를 거스른 행위”라고 말했

다. 또 제작사나 감독, 일부 평론가들이 “검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국민 정서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영애 소장은 무엇보

다 일반 관객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제작자측의 손만 들어준 영화평

론가들에 대한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는 의견을 폈다. 그리고 그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으면 무조건 극우, 보수로 모는 이분법적 사회

분위기를 다시 한 번 체감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서울YMCA 청소년성교육상담실 이명화 실장은 “'거짓말'을 본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각각 토론 자리를 마련했는데, 반응은

비슷했다. 70% 이상이 ‘최악의 포르노’이자 ‘코미디’라는 의견

이었다. 일부에선 이런 관객들이 영화의 예술성을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대중문화는 일반 관객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영화평론가 유지나씨는 상영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행동에는

불만을 표하면서도, “다른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다원화된 의견을

내놓지 않으면서, 상업적으로 이용가치가 높은 성적 표현에만 국한

하여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창작자들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영화 '거짓말'은 의도와는 무관하게 지난해 말 무산된 ‘등급외전

용관’ 설치에 관한 범국민적 요구와 공권력의 개입이 아닌 일반 관

객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해결책을 도출해 냈다. 사실 언론과 검

찰이 요란하게 광고해주지 않았더라도 이 영화는 개봉 1-2주면 내

렸을 법한 영화다. 관객을 대상으로 한두 번의 설문 결과 각각 83%

, 60%이 ‘음란물로서 주위에 권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표한 것

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아무리 제작사가 ‘예술성’과 ‘표현의

자유’로 포장 한다 해도 상업적 목적으로 자진 삭제하여 심의를 통

과한 사실은 많은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형편이다.

'거짓말'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한 네티즌의 전언처럼

“제작자의 상업적 의도에 ‘표현의 자유’라는 면죄부가 얹혀지지

않기를, 편의대로 ‘국민의 수용능력’을 갖다 붙이지 말고 진정한

관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기를”바란다는 목소리의 울림이 크

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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