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만에 여당 최다선 여성 의원으로 국회 복귀
가치·제도·규범의 혁신 필요, 공천제도 개혁 급선무

 

“어려운 질문이에요. 고민해 가야 합니다. 보수의 가치를 늘 자유, 민주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요즘 책임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보수가 이 사회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책임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에 대한 생각들을 해야 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맞는 보수의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경원(51·사진) 의원은 ‘책임’과 ‘어울려 사는 것’이라고 답을 내놨다. 나 의원의 이러한 생각은 지난 9월 29일 출범한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서, 그리고 3년 여간의 정치 공백기 동안 펼쳤던 스페셜올림픽 등 장애인 관련 활동을 통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울림에 대한 고민의 결과인 듯도 했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박원순 시장과의 3년 만의 만남을 먼저 제안한 것 또한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것’을 고민하는 나 의원의 한층 더 넓어진 정치적 품으로도 읽힌다.

나 의원은 지난 7·30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거물급 정치인들도 고사했던 서울 동작을에 당의 구원투수로 나서 노회찬 야권 단일 후보와의 박빙의 승부 끝에 승리하고 화려하게 국회에 복귀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패배한 후 약 33개월 만이다.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의 특보로 정계에 입문해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판사 출신의 ‘얼짱’ 여성 정치인으로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로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져가던 그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와 19대 총선에 불출마로 정치적 공백기를 겪게 됐다. 여성 정치인으로 빠른 시간 안에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이지만 “여성 정치인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쉬게 됐던 것도 같다”는 나 의원 본인의 말처럼 여성 정치인이기에 겪어야 했던 시련을 극복하고 새누리당의 최다선 여성 의원으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힐 만큼 영향력 있는 중진의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어깨가 무겁습니다. 우리가 여성 대통령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여성 정치인으로 성공했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죠. 여성 정치인 스스로 자기의 역할을 잘 정립해야 할 것 같아요.”

나 의원은 최근 원내대표직을 사임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에 대해 “같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도와주고 싶었다”며 여성 의원으로서 동료애를 내비쳤다. 박영선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첫 여성 원내대표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세월호특별법’ 합의 과정에서 탈당까지 고려할 만큼 부침을 겪었다.

“‘세(勢)’가 있는 여성 정치인들이 별로 없어요. 지금까지도 한국 정치에서는 여성 정치인들을 얼굴로 내세우고 싶어하지, 진정으로 여성 정치인들의 리더십을 인정하는 것에는 아주 인색합니다. ‘세’라는 것이 뜻을 같이하는 데는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한국의 정치구조가 지나치게 비합리적인 ‘세’에 의해 운영되는 틀이 깨져야 여성 정치인들의 역할 확대가 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여성 정치인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나 의원은 ‘공천제도 개혁’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혁신위에 합류하게 된 것도 공천제도 개혁 때문이었다”는 그는 여야가 함께하고 선관위가 관리하는 ‘완전국민경선제’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제도 개혁에 앞서 가치의 개혁이 선행돼야 혁신위 활동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벤트성 혁신에 치우쳐서는 안 됩니다. 큰 틀에서 왜 보수를 혁신해야 하느냐부터 출발해야 해요. 금융위기 이후 국가가 어떤 존재가 돼야 하느냐는 아직도 세계적으로 논쟁이 많죠. 이런 시점에서 새누리당은 어디로 갈것인가라는 큰 가치의 혁신을 시작으로 공천제 같은 제도의 혁신, 규범의 혁신으로 내려가며 하나하나 논의를 해 나가야 합니다.”

이어 나 의원은 이러한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는 소통과 지도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소통은 당내 의원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 시대 보수의 가치에 대해 생각이 다른 이들까지도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동작구를 ‘강남 4구’로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표심을 얻었던 나 의원은 내년 초에는 강남권과 동작구를 연결하는 장재터널 개통을 위한 첫삽을 뜨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또한 외교통일위와 예산결산위를 상임위로 선택한 그는 “지역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 받아오는 데 애쓰고 있다”며 웃었다.

“크고 작게 이 지역 주민들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하나하나 챙기고 있습니다. 특별한 출장이 없는 한 토요일마다 민원의 날을 열고 있어요. 지역구 사무실에서 직접 주민들을 만나는데 첫 날은 100여 분 가까이 오셨어요. 직접 만나 뵈니 좋아하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도와주고 싶다고 찾아오시기도 하고요.”

지난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PC(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회원국 모임에 집행위원 자격으로 참가한 나 의원은 오는 17일 유엔스포츠개발평화사무국(UNOSDP)과 함께 하는 ‘2014 통합사회를 위한 스포츠포럼’ 개최를 앞두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