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요직 두루 거친 공직 ‘맏언니’
여성정책발전 20년 기록 본지에 연재

 

여성 장관을 보좌한 첫 여성 차관. 이복실(53·사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여성가족부의 산증인으로 불린다. 공직생활의 첫발은 옛 문교부에서 내디뎠지만 정무 제2장관실부터 여성부 출범과 폐지 위기, 청소년 업무를 이관 받아 여성가족부로 확대하기까지 여가부의 부침을 모두 겪었다. 굵직굵직한 여성·가족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때로는 최전선에서, 때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했다. 그가 지난 8월, 29년5개월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전체 여성 공무원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여성 차관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책임감을 안고 시작한 차관 자리에서도 함께 물러났다. “정책을 만들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직은 보람 있는 직장이었어요. 게다가 여성부에서는 불가능한 줄 알았던 여성 차관까지 됐으니 더할 나위 없죠. 공직을 마무리하고 난 직후에는 지난 30년이 하룻밤 꿈이었던 것 같아 허무하기도 했지만,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죠.”

아쉬운 게 없다는 말로 소회를 풀어놓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섭섭함도 묻어났다. 그러나 인터뷰 시간 중에도 격려와 안부를 묻는 동료와 후배들의 문자에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성으로는 4번째로 행정고시(28회)에 합격한 그는 문교부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4년 7월 여성정책을 담당하던 정무 2장관실로 옮긴 이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여성가족부 기획관리심의관, 보육정책국장, 권익증진국장, 대변인, 청소년가족정책실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치며 15명의 여성 장관을 보좌했다. 여성·가족 정책 발전사와 함께 해온 이 전 차관은 여성 장관들의 리더십도 지근거리에서 경험했다. 

 

“제가 경험한 여성 리더십의 공통점은 소통과 협업을 잘하고 조정에 능하다는 점이었어요. 장하진 전 장관님은 추진력과 유연함이 뛰어나셨고, 백희영 전 장관님은 외유내강형으로 냉철하지만 열정적인 분이셨어요. 김금래 전 장관님은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셨고, 모성 리더십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관으로 곁에서 보좌한 조윤선 전 장관님은 다양한 콘텐츠를 여성정책과 접목하면서 국민들에게 여성정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하셨어요.”  

이 전 차관은 30년간 공직생활과 20년간의 여성·가족 정책 현장을 책으로 기록할 생각이다. 책에 앞서 여성신문에서 역사의 현장을 담은 기록들을 연재한다.

“한국의 여성정책은 20여 년 동안 변화무쌍하게 달라졌어요. 숱한 반대에 부딪혔던 호주제가 폐지됐고, 여성계 염원이던 친고제도 사라졌지요. 이제는 정책을 바꾸는 과정에 어떤 어려움과 성과가 있었는지 기록하는 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기록을 통해 여성·가족 정책 발전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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