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직원 10만명 중 여성임원은 2명
부장도 0.1%…‘유리천장’ 대기업보다 공고
적극적고용개선조치 강화·이행실절 경영평가 반영해야

 

24일 서울 중구 다동 한국관광공사의 여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회사 밖으로 나가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24일 서울 중구 다동 한국관광공사의 여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회사 밖으로 나가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0.002%’. 우리나라 공기업에서 여성 직원이 임원에 오를 확률이다. ‘제로(0)’나 다름없는 수치다. 이는 10대 상장 대기업 여성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0.07%)의 35분의 1 수준이다. 공기업의 견고한 ‘유리천장’ 현상을 두고 일각에선 ‘여성임원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에 앞장서야 할 공기업들이 박근혜정부 대표 여성 정책인 ‘여성 대표성 제고’에는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여성재단과 미래포럼은 지난 9월 18일 서울 종로구 시그나타워·라이나생명에서 ‘공기업의 성별 다양성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30%클럽 7차 세미나를 열고, 공기업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고, 여성 임원을 늘리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대기업보다 두꺼운 공기업의 유리천장을 지적하며 “현재 공기업 여성 임원을 3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등 여성 임원 할당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여성 고위 관리직 후보군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CEO스코어가 발표한 30대 공기업의 남녀 임직원 직급별 분포 현황(6월 말 현재)을 보면 공기업이 여성 인재 육성 의지가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30개 공기업 전체 임직원 9만7748명 가운데 여성은 1만1614명으로 11.9%에 불과했다. 10대 그룹 상장사(20.9%)의 절반에 그친다. 공기업 여성 직원들은 사원급(6392명)과 과장급(5148명) 등 하위 직급이 대부분이었다. 임원을 바라볼 수 있는 부장급도 전체 직원의 0.1%(72명)에 불과했다.

30대 공기업 중 여직원 비율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여직원 비율은 38%로 높았지만, 3급(차장급) 이상 관리직 중 여성은 18.3%, 1급은 13%에 그쳤다. 이에 대해 황승현 한국관광공사 경영지원실 인재개발팀장은 “최근 3년 새 신입사원 중 60% 이상이 여성으로, 지난해는 66.7%에 달했다”며 “여성 인재풀(pool)이 두터워지면 여성 관리자와 임원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이를 위해 “2017년까지 여성관리자 비율을 21%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여성관리자 후보군을 관리하고, 특화교육을 실시하는 등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며 “앞으로 전직급 리더십 교육을 의무화하고, 여성리더 양성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등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중구 다동 한국관광공사의 여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회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25일 서울 중구 다동 한국관광공사의 여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회사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기업의 여성임원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제도를 개선하고 규제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A는 여성을 차별하는 고용관행을 없애려는 취지에서 500명 이상 민간기업과 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2006년 도입한 제도다. 대상기업은 매년 직종별·직급별 남녀근로자현황을 제출해야 한다. 이 교수는 “현재는 어떤 기업의 여성 관리직 비율이 5% 미만이더라도, 이 관리직 비율이 동종업종 평균의 60% 보다 높으면 시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여성고용률·관리직 비율이 동종업종 평균 60%에 미달하는 기업에게만 AA 시행계획서를 요구하고 있는 현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AA 보고서 항목에 남녀 비정규직 규모도 포함할 것 제안했다. 

AA 이행실적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포함시키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경희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다음해 성과급 지급률을 정하고, 기관장의 재신임을 결정하기 때문에 여성 관리직과 임원 비율을 평가지표에 포함시킨다면 공기업의 여성임원에도 분명히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조직의 성별·인종 등의 다양성을 키워 생산성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얻었다”며 “우리나라도 일부 기업에선 학벌 다양성을 통해 성과를 얻은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조직의 남성 순혈주의를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공기업 여성임원을 늘리기 위해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확대 목표제’를 올해 도입했다. 이 제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하다. 정부는 기관별로 적정한 목표치를 자발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까지 공기업은 지난해 5.9%였던 여성 관리자 비중을 2017년까지 9.6%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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