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의 개방형 공채 관장이자 최초의 여성 관장
인문학강좌, 카페 설치 등으로 시민들 발길 붙잡아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박물관이자 68년의 역사를 가진 인천시립박물관의 이명숙(67) 관장은 민간전문가이자 첫 여성 관장이다. 1946년 4월 1일 개관한 인천시립박물관은 국내 미술평론의 개척자인 이경성 초대 관장을 시작으로 유희강, 우문국, 장인식 등 문화계 인사들이 초창기 관장을 지냈지만,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퇴직을 앞둔 행정직 공무원이 수장을 맡아왔었다. 부평구 문화재단 대표이사이자 부평역사박물관 관장이었던 그의 부임으로 인천시립박물관에 다시금 문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행복한 박물관, 사람들이 찾아오는 박물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물관이 역사를 보관하는 저장고 역할도 하지만 현대에 있는 사람들이 역사를 배우고 문화를 즐기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1만1000여 점의 유물을 보유 중인 인천시립박물관은 우리나라 바다 관문인 인천의 특징과 역사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시 외곽에 위치한 데다 대중교통이 직접 연결되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인천시립박물관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으로 바꾸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 일환으로 이 관장은 지난해 12월 박물관 1층에 카페를 만들고 400원씩 받던 관람료도 없애 지역주민들의 발길을 잡았다. 박물관을 지나 산에 오르는 등산객들도 자연스레 박물관에 들르게 됐다. 인문학 강좌나 체험 프로그램, 교육 등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관장 취임 이후 관람객 인원이 늘어난 이유가 됐다. 이 관장은 부평역사박물관에서도 카페를 설치해 지역 주민조차 몰랐던 박물관을 알리고 시민들에게는 교류의 장을 마련했었다. 마찬가지로 소액이지만 관람료를 없애 더욱 문턱을 낮췄다. 올해 1월부터 인천시립박물관이 직접 운영하는 송도의 컴팩스마트시티에도 카페를 설치했다. 이 세 군데의 카페는 모두 자활 프로그램과 연계된 것으로 취약계층 여성들의 소중한 일터가 되고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접근성 외에도 수장고가 좁아 박물관 이전이 현안으로 남은 상태다. 포화 상태였던 수장고 문제는 컴팩스마트시티 운영으로 숨을 돌렸다. 2009년 도시축전 때 도시계획관으로 건립됐던 컴팩스마트시티가 특별전시실과 수장고 역할을 해주고 있다. 컴팩스마트시티를 복합 문화공간으로 운영하면서 인천시립박물관의 이전도 송도신도시로 고려하고 있다.

 

“경직되고 침체돼 있는 분위기를 털어내고 싶었습니다. 박물관 내의 통로나 철재 문도 너무 삭막해서 포스터도 붙이고, 문 색깔도 바꾸었어요. 그리고 전 직원들과 만나서 소통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의원 경력이나 시민단체를 이끌었던 역량, 경험들이 박물관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잖아요.”

1980년대 남편과 함께 독일에서 유학한 이 관장은 1990년대에는 유치원 원장으로 일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인천YWCA 회장을 역임하면서 인천시 내 여성단체들을 모아 여성연대를 만들었다. 2006년 인천광역시의원으로 선출돼서는 문화와 복지를 아우르는 활동을 이어갔다. 문화재단과 시립예술단을 지원하고 자활사업과 사회적기업, 다문화가족, 박물관·미술관 등을 지원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도, 방문하는 사람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편안하고 힐링도 되고. 국보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에 있었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박물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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