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을 이끌 사람들은 어떤 인간 유형일까. 새천년엔 어떤 라이

프스타일이 지배할까. 삶을 스스로 기획하고 꿈을 향해 돌진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가 아니라 즐기면서’ 일한다, 타인의 ‘통

제’아닌 ‘자율’이 지배하는 세상.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문화작업장 ‘하자’에 모인 사람들은 새천년

신인류들이다. 영등포7가에 위치한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는 놀이를 일처럼, 일을 놀이처럼 모든 것이 모든 구성원의

자율 속에서 이뤄지는 공간이다. 캐치프레이즈도 ‘놀이·일·자

율’. 4개월간 예비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준비기간을 거친 후 지난

12월 18일 공식 문을 열었다. ‘하자’ 센터의 핵심은 작업장. 작업

장에서 청소년들은 문화의 시대를 살아갈 감수성을 기르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몸으로 느끼고 몸으로 배운다.

기존의 삶을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작업장의 강사 10여 명과 140여

명의 수강생들 모두는 지금까지‘튀는 인간’들이었다. 그들을 통해

새천년을 이끌 사람들을 미리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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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원(18)

영화감독을 꿈꾸는 ‘빡빡이’

같은 또래 친구들은 고3 수험생으로 교실에 앉아 한 자 더 외우고

있을 시간에 지원이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만두가게로 향한다. 인천

에서 학교를 다니다 지난해 10월 그만뒀다. 현재 ‘하자’센터 영상

디자인작업장에서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고, 한겨레신문사에서 청소

년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원이는 ‘빡빡이’다. 머리를 시원하

게 밀어버렸기 때문.

학교를 그만두기전에는 모범생까진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인사이드

(inside)’, ‘대학에 목메는’학생이었다. 특차 지원을 위해 별별 대

회를 다 나갔다. 역사문화아카데미 주최 ‘청소년토론대회’에도 나

가 교육부장관상도 수상했다. 중학교때부터 미뤄왔던 ‘학교 탈출’

을 실현한 후엔 모든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됐다. 초등학교

6학년때 올리버 스톤 감독 ‘킬러’의 여주인공 줄리엣 루이스에 반

한 후 영화에 관심갖기 시작, 캠코더를 가지고 2편의 단편영화를 찍

은 예비 영화감독이다. 8월 검정고시를 거친 후 한국영상원에 진학

해 “내가 성장하는 데 따라 작품도 성장하고 변화하는” 그런 감독

이 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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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17)

전천후 문화기획자 준비생

아침에 눈뜨자마자 인터넷 메일을 확인하고 여기저기 웹서핑하는 게

하루의 시작. 지난 12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방송통신고로 전학했

다. 1주일에 한 번 등교하고 원하는 시간에 방송을 통해 수업을 들

으면 된다. 어려서부터 만드는 거 좋아하고, 손재주도 있어 의상디자

이너나 미술 전공을 희망했기 때문에 ‘하자’에서도 시각디자인작

업반에서 활동한다. 지난해 광화문에서 열린 ‘새천년청소년문화축

제’에 갔다가 설치미술을 하는‘좋은 언니’를 만나 2,30대 젊은

문화그룹에도 참여하게 됐다. 독립예술제, 신당동 떡볶이 페스티벌

등을 함께 했다. ‘하자’ 시각디자인작업장에서 디자인에 대한 개

념을 송두리째 바꾸는 훈련을 하면서 앞으로 퍼포먼스, 설치미술 등

종합적인 문화기획자를 꿈꾼다. 예전엔 미대에 진학할 계획이었지만,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대학은 가되 미대가 아닌 다른 분야를 공부

하면서 우선 사고의 폭을 넓히겠다는 야무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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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희(18)

청소년문학상 휩쓴 글재주꾼

한 가지로는 부족해 영상·웹·시각디자인 등의 작업반을 넘나드는

욕심쟁이다. 원래 영상에 관심이 있었으나 하다 보니 다른 분야도

재밌단다. 단편영화‘햇빛 자르는 아이’를 보고난 후 시나리오 쓰

는 데 관심이 생겼다. 아직까지 완성작은 한 편. 하지만 글쓰는 데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처음 중2때 선생님 추천으로 ‘교보

생명 대산문학상’에 응모해 입상한 것을 시작으로 ‘문학사상사 청

소년문학상’, ‘숙명여대 여고문학상’, ‘한양대 청소년문학상’등

각종 청소년문학상을 휩쓴 주인공이다. 사실 이런 수상경력들로 대

학에 특차입학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학교에서 전교 4등 정도로

성적도 좋은 모범생이었지만 “비판능력과 창조력을 말살하고 무조

건 인내와 복종만을 강요하는” 학교가 싫어 지난해 10월 고2 재학

중 자퇴했다. 부모님이 반대했지만 왜 학교를 그만둬야 하는지 낱낱

이 고발하는 긴 편지를 써서 설득했다. 그리고 자퇴 후 폐쇄적으로

변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배우기 위해 고향 진주에서 서울로 올라

왔다. 현재 중요한 건 ‘하자’에서 앞으로의 길을 찾는 것.

학교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는 ‘범생이’는 아니지만, 이들도 나름

대로 자기 삶에 충실한 ‘범생이’들. 기성사회가 부여하는 틀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기획하고 꿈꾸고 실현하는 ‘돌출형’ 10대들이라

는 점에선 ‘날라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의 ‘날라리’라

면 새천년은 ‘날라리의 시대’일 것이다.

‘하자’에는 또‘자신과 닮은꼴’10대들을 키우는 ‘판돌이’들이

있다. 염색한 머리, 청바지에 운동화 캐주얼한 옷차림, 강사와 수강

생이 구분이 가질 않는다. 사실 여기선 그런 구분도 필요치 않다.

‘하자’에서 강사를 공채할 때 가장 중요시했던 것도 경력이나 권

위, 일방적 가르침보다는 함께 배우는 자세,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작

업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었다. 그래서 지원자들에게 경력 위주의

이력서 대신‘경험으로 쓰는 이력서’라는 걸 받았다. 연령층도 20

대에서 갓 서른을 넘긴 나이들로 그들 자체가 젊은 신세대들이다.

‘하자’에는 강사나 선생님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 이들에 대한 공

식 명칭은 각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판을 굴리고 짜는 ‘판돌이’이

다. 각자 자기 전문 분야에서 번듯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었지만 자

신과 닮은 꼴 10대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기획하기 위해 ‘하자’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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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디자인작업장 박활민(31)

‘판돌이’

시각디자인작업장의 팀장인 활민 씨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아트디

렉터. 여러차례 설치미술 전시를 비롯해, 서울 퀴어영화제 포스터디

자인, '99 여성영화제 ‘노이로제가족’설치작품 제작, 영화‘러브러

브(이서군 감독)’아트디렉터, 콤비콜라·쌈지 CF 제작 등을 해왔

고, 황신혜밴드 등 인디밴드들의 콘서트 포스터도 많이 제작했다. 사

진, 설치미술, 디자인 등 못하는 것 없는 한마디로 종합 아트디렉터

다. ‘하자’에 오기전까지 디자인회사를 다녔다. ‘하자’로 옮긴

후 이젠 거의 ‘하자’에서 살다시피한다. 개인작업실이자 때론 침

실도 된다. 작업반 아이들의 형, 오빠가 돼 함께 작업실에서 하루종

일 씨름하는 게 취미다. 그는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디자인과 생활

을 연결시키는 데 주력한다. 자기 방을 꾸미거나 자기명함 만들기도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다. ‘하자’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수강생

은 물론 누구나 시각디자인반에서 만든 명함을 갖고 있다. 자기명함

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의 명함도 1만원을 받고 5백장씩 만들어 3

천5백원을 남기는 사업(?)도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주는 것도 ‘하자’의 중요한 임무다. 활민 씨

는 남들과 다르게 사고하는 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하자’ 친구들에게 그는 “왜 그렇게 하면 안

되지?”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디자인을 비롯한 창의적 작업

에선 필수적인 사고방식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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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디자인작업장 라지웅(31)

‘판돌이’

영상디자인작업장 팀장 지웅 씨는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영상을 전공하고, 뮤직비디오 회사 ‘텐’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다.

상업주의에 회의를 갖던 중 대학 은사의 소개로 ‘하자’를 알게 됐

고, 참여하게 됐다. 영상디자인작업반에서는 셀프 카메라, 공포 영화

찍기, 101가지 조명실험, 영화 예고편 만들어 보기, 자기소개 비디오

촬영하고 편집하기, 영상 편지 만들기 등의 프로젝트를 하며 영상에

관심이 많은 열혈 청소년들과 함께 카메라를 갖고 씨름한다.

동양화가인 부모와 서양화를 전공하는 동생 등 예술가 집안이라 그

도 자연히 그 길에 들어섰지만, 처음 장남인 그에게 거는 부모님의

기대는 달랐다. 그래서 이과를 공부하던 고등학교시절은 그야말로

‘회색’이었다고. 그가 작업반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너

무 하고 싶다면 내 자신을 믿고 하라”는 것. 그런 친구들이 모인

‘하자’ 센터는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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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작업장 고기모(27)

‘판돌이’

대중음악작업장 팀장을 맡고 있는 기모 씨는 음악과는 별로 상관없

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중학교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지만 ‘딴따라’

라는 인식 때문에 그도 마찬가지로 부모 반대에 부딪쳤다. 그래도

대학 재학시절 밴드 활동을 하는 등 계속 끈을 놓지 않았다. 한동안

은 음악 생각을 하지 않은 적도 있고, 혹시‘겉멋이 들어서 음악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기도 했다. 결국 ‘이것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결론이었다. 부모님도 힘들게

하는 모습을 보며 안스러워하다 이젠 아예 동조자가 됐다. ‘하자’

에 오기 전까지 그는 인디레이블 ‘RADIO’대표로 ‘허벅지밴드’

등 인디밴드들의 음반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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