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태 이후 여성 관심 고조
한국YWCA, 전국적 탈핵운동 진행 중

 

19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탈핵과 탈원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9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탈핵과 탈원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운동이 탈핵을 향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파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먹거리 반대로부터 시작한 여성들의 핵문제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인 탈핵·탈원전 운동의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여성운동이 여성의 정치적 참여 확대나 반성폭력 등 여성 지위 신장을 위한 제도화에 주력했다면 탈핵운동은 단순한 원전반대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 지속가능한 개발 등 미래 사회의 이슈로 운동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탈핵 운동은 안전한 먹거리, 에너지 절약 등 생활 속에서 체감도 높은 실천운동으로 일반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YWCA연합회는 올해 52개 회원단체가 함께 실천하는 주력 사업으로 ‘탈핵운동’을 채택했다. 소비자운동의 일환으로 안전한 먹거리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던 YWCA연합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핵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부산 등 원자력발전소가 인근에 위치해 있는 지역의 회원단체들은 더욱 이 문제에 민감했다. 이에 지난해 YWCA연합회는 후쿠시마 아이즈방사능정보센터 가타오카 데루미 대표와 전국을 돌며 회원들에게 탈핵운동의 필요성을 알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YWCA연합회는 총회에서 탈핵운동을 위한 예산 증액을 결의하고 본격적인 탈핵·탈원전 운동에 돌입했다.

YWCA연합회는 올해 3월 11일부터 매주 화요일 낮12시 ‘불의 날’ 캠페인을 서울 명동 거리에서 펼치고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노후된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고 노후 원전인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의 가동 중지와 신규 원전 건설 반대를 위한 서명운동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 진행된 23차 ‘불의 날’ 캠페인에는 경기 하남과 평택, 남양주 회원들이 참여해 진행했다. 탈핵 캠페인과 서명운동은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자체적으로도 이뤄지고 있다. YWCA연합회는 에너지의 날인 8월 22일을 맞아 그동안 받았던 서명을 취합해 국회에 전달할 방침이다. 차경애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올해 1월 한·일 YWCA협의회에서 탈핵운동에 대해 얘기를 나눈 후 일본에서도 화요일마다 이 캠페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년 방콕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9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탈핵과 탈원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지나가던 시민이 서명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9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한국YWCA연합회 회원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탈핵과 탈원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지나가던 시민이 서명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표적 진보성향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대표 김금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만들어진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에서 함께 탈핵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김금옥 대표가 이 연대체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서는 10년 넘게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밀양 할매들’이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하며 여성운동과의 연대를 뚜렷이했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환경연대의 경우에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핵·탈원전 활동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에너지 절약과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에 주력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차일드 세이브’ 등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여성 모임들과도 연대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먹거리 반대를 위해 만들어진 ‘차일드 세이브’ 등의 여성 커뮤니티는 단순한 엄마들의 정보 교류의 장을 넘어서서 활발한 사회운동체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들은 직접 돈을 모아 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해 방사능 수치를 체크하는 등 생활 속 실천운동을 진행하고 관련 단체들과 뜻을 모아 시민방사능감시센터도 발족해 탈핵·탈원전과 관련한 여성들의 뜻을 정책에 실현하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차경애 회장은 “방사능에는 여성과 아이들이 특히 더 취약하다”며 “여성들이 탈핵과 탈원전 운동을 중요한 사명으로 생각하고 펼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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