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고 윤일병 구타 사망사고 추모제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슬퍼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8일 고 윤일병 구타 사망사고 추모제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슬퍼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과 윤 일병 사망사고를 보면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회의원이기 전에 두 아들을 군대에 보냈었던 어머니로서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었다. 자식을 품에 안는 것은 엄마만의 몫은 아닌데, 그 고통은 온전히 이 땅의 아들 가진 엄마들에게 남겨진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일탈과 범죄행위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중심에는 아버지의 정서적 부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군대에서의 구타와 가혹행위, 폭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뿌리 깊은 군의 적폐라고 할 수 있으며, 이시대의 아버지들도 모두 겪어온 길이었다. 그렇기에 이 땅의 아버지들은 그동안 무기력했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군대의 부조리한 문화와 폭력을 어쩌면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쳤다는 자부심과 남자들만의 추억이라 미화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니면 들추기 싫은 과거이기에 일부러 모른 체 하며 지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왜? 내 소중한 자식들이 나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과정을 거치는 이 현실을 분명히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내지 않았는지 안타까운 심정이다. 

요즘 군대에서는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떠돈다고 한다. 당신의 자식이 나라를 지키는 국방의 의무를 다한다는 미명하에 다른 소중한 누군가의 자식에게 처절한 상처를 주고 또 그 상처가 더 큰 희생을 유발하는 이 구시대의 산물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0년 실시한 가족실태조사를 보면 자녀의 35.4%가 아버지와의 대화가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세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평균 근무시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다는 아버지들의 하소연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과 노력들이 결국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아버지의 역할은 분명 변화되어야 한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갈수록 자기중심적이고 배려를 할 줄 모르는 세태 속에서 이제는 아버지들이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 ⓒ뉴시스·여성신문

아버지들이 자녀들의 인성교육과 정서적 공유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다시는 제2의 윤 일병 사건과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공동체 사회의 의미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어야 하며, 같은 남자로서 서로 동질감을 느끼며 인생을 의논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얼마 전 남성 근로자의 부성을 보호하고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배우자가 출산했을 경우 남편에게 30일간의 유급휴가를 주고자 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자녀의 출생부터 아버지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여성의 육아부담 및 경력단절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아무쪼록 입대하는 아들을 훈련소로 보내고 그 문이 굳게 닫히는 순간, 엄마의 마음도 같이 닫히는 그 심정을 헤아린다면, 이제 아버지들이 지금과 같은 잘못된 병영문화를 개선하고 혁파하는데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역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자 자진 입대한 아들들에게 좀 더 성숙한 큰 그릇이 되어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땅의 아버지들이여! 부디 굳건한 내 아들들을 건강한  대한민국의 남자로 만들어 주는데 앞장서는 용기를 보여주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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