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가 국제노동기구(ILO) 최저연령 협약에도 불구하고 10세 아동 고용을 법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10세 이상 아이들의 노동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법안에 이번 주 내로 서명할 예정이다. 개정법은 노동 가능 연령 하한선은 관련법에 따라 14세이지만, 예외 조항에 따라 12세부터 노동이 가능하다. 또 자영업의 경우는 10세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볼리비아에서 합법적인 노동 최저 연령은 14세이며, 14세 이하 청소년은 건강을 해치는 일을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볼리비아에서 아동 노동은 만연하다. 최근 볼리비아의 극빈층은 감소했으나 1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하루 75펜스(한화 약 1300원)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이번 개정법은 볼리비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반영된 것이다. 

10세 아동 고용을 법적 허용에 대해 볼리비아 내에서도 의견이 나눠지고 있다.  

볼리비아 아동·청소년노조(UNATSBO)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노동 최소 연령에 대해 정부와 대화를 나눴으며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볼리비아 아동청소년노조 소속 제니 미란다는 "우리는 착취를 끝내고 싶다. 하지만 우리 생계에 보탬이 되는 직업이 없어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제니는 6살 때부터 아동노조에서 일한 10대 청소년 회원이다. 그는 "미성년 노동 금지가 오히려 어린 노동자들의 법적 보호를 막았고 학대에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9살 때부터 일 해온 16세 주니어 파코시요는 미성년 고용 허용에 반대한다. 그는 "노동 최소 연령에 예외를 두는 대신 정부가 빈곤 퇴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성인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우리 부모들을 도울 수 있도록 더 많은 일자리와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곧 아이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세 아동 고용이 허용된다면, 국제사회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볼리비아는 노동 최저 연령을 14세로 규정한 ILO 최저연령 협약의 당사자다. 지난 1월 국제인권감시기구(HRW)를 비롯한 시민 단체들은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노동 최저 연령을 낮추는 데 반대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들은 서한을 통해 "만일 12살짜리 어린이가 일하게 된다면 그 아이는 중요한 시기에 교육을 받을 수 없으며, 결국 단순 반복 작업에만 갇혀 미래를 빼앗길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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