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촌교당 최은종 교무

 

서울 신촌역과 홍대입구 사이에 있는 ‘신촌로 7길’ 언덕을 걷다보면 순백색의 건물에 푸른 정원이 펼쳐진 원불교 신촌교당이 있다. 지난해 이곳으로 부임한 최은종(51·사진) 교무는 여성 수도자 모임 ‘삼소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교무인 고모를 보며 어릴 때부터 교무를 꿈꿨다. 30여 년을 성직자로 살아가고 있는 최 교무는 세상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세계평화와 종교 간 화해를 염원하며 만들어진 삼소회에서의 활동과,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부산 원음방송에서 PD 활동을 한 것 등은 세상과 이웃 종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었다. 부산 원음방송 라디오에서 아침 방송 ‘아침 향기’와 오후 방송 ‘살맛나는 세상’ 등을 연출한 최은종 교무는 “PD들이 다 그렇듯 바빴지만, 일상이 곧 수행인 원불교의 교리에 따라 수행하듯 즐겁게 일했다”며 밝게 웃었다. 

원불교는 성평등한 종교로 알려져 있다. 여성 교무들은 교단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위단회에 참여한다. 불교나 기독교, 천주교 최고 기구에서 여성 성직자들을 보기 어려운 것과 대조된다. 뿐만 아니라 지역 교구장이나 해외 포교활동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자 교무들도 많다. 그러나 해마다 여자 교무의 비율은 줄고 있다는 통계를 근거로 최 교무는 원불교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결혼에 선택의 자유가 없고, 쪽 찐 머리나 한복이 불편해 보여 교무가 되기 망설여진다는 답이 많았다”면서 씁쓸해 했다. 

“교무들이 평상시에도 제복만 입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등산을 다닐 때나 일상생활을 할 때는 사복을 입기도 하죠. 제복은 의식을 진행할 때만 입어도 돼요. 개인의 선택이에요.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님도 여자 교무들의 복장에 대해 ‘왜 스스로 구속 되려 하느냐’며 말리셨다고 해요. 그때 당시 여성 리더 그룹에서 가장 단순하면서, 단정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제복을 만들어 입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불편하긴 하지만 확실히 제복을 입으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긴 해요.”

최 교무에 따르면 10년 전 교단 내에서 ‘제복을 꼭 입어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일부 해외 교당에서 3년간 한시적으로 머리 모양과 복장을 자율에 맡기는 시험 기간을 뒀다. “신도들은 ‘자유로워 보인다’고 좋아했고, 실험에 참가한 교무들도 좋아했는데 결국 관철되진 않았어요. 개인적으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자 교무에게만 강요하는 ‘정녀 선언’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최 교무는 어릴 때부터 결혼은 하지 않아야 하고, 교무가 되기 위해 지원서와 ‘예비 정녀 서원서’를 낼 때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정녀 서약’이 여자 교무가 되고 싶은 원불교인들에게는 일종의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성직자가 되고 싶은 여성 중에는 결혼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교무들도 많아요. 가족이라는 굴레가 수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디딤돌로 삼으면 더 큰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혼은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정녀 서약’은 소태산 대종사님이 계시던 초기 원불교에는 없던 교리랍니다.”

그러면서도 최 교무는 미혼의 원불교 교무로서의 자신의 삶이 행복하고 자유롭다고 했다. “가족이 없기 때문에 틀 안에 구속되지 않는 점이 자유롭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고민이나 괴로움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있어 행복해요. 그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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