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헨리켄 본 플란테 BPW 독일 회장
"근로자·경영인 모두에게 좋은 제도죠"

 

“시간제 근로자들이 적게 일한다고 해서 그들의 업무 처리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같은 일을 두 명이서 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죠. 혹시 한 사람이 아프더라도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경영인 입장에서도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헨리케 본 플란테(43) BPW 독일 회장은 자신의 시간제 일자리 활용 경험을 이야기하며 “잘만 운영된다면 노·사 모두에 이로운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BPW는 전문직여성클럽으로 전 세계 110개 지부를 두고 있는 대표적인 여성 경제인 단체다. 그는 은행원, 영어 교사, 부동산·재무 컨설턴트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전문직 여성 경영인으로서 시간제 일자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설명했다. 그는 현재 살브온(Salveon)이라는 취업 컨설팅 업체 대표를 맡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근로자 입장에선 일·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고, 경영인의 입장에선 추가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도 여러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그러나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받는다.”

-경영인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활용하는 이유는 뭔가. 

“좋은 인재를 잡기 위해서다. 독일에선 시간제 일자리 선택이 근로 환경을 결정짓는 요소가 됐다. 근로자들의 업무 환경이 나아지면 그들의 업무 태도와 성과는 당연히 좋아진다. 경영인으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성들의 시간제 일자리 활용도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저평가 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들여다보면 차별도 존재한다. 나 역시 피해를 봤다. 대학 졸업 후 은행에서 일할 때 시간제 일자리로 일했는데, 전일제 근로자들의 연봉이 2만 유로였는데, 나는 8000유로를 받았다. 법에선 전일제와 비례해서 임금을 받고 복리후생에 차별이 없도록 규정돼 있지만, 현실에선 어느 정도 차별이 있다. 게다가 여성들이 많은 직종은 노동의 가치가 낮게 평가돼 임금이 적은 편인데, 시간제로 일하면 남자와 비교해 더욱 낮게 받는 경우가 많아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직종의 노동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이유는. 

“노동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정비공과 헤어디자이너를 예로 들어보자. 독일에선 두 직업 모두 전문대만 졸업하면 취업 기회가 주어진다. 학습과 실습 기간은 같은데 결과적으로 임금은 차이가 있다. 독일은 같은 직종에서 일을 하더라도 남녀 임금 차이가 평균 80%나 난다. 68%인 한국보다는 덜하지만, 독일 여성들에게도 유리천장은 존재한다.”

-정부와 기업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대한 바람은.

“임원들도 시간제 일자리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임원들이 시간제로 일하면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평가가 후해질 것이다. 또한 정책의 최대 수요자인 여성들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여성임원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 시간제로 일하면 승진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에 여성들의 고위직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는데, 많은 여성을 시간제 일자리로 전환시킨 정부는 이들의 대표성을 보장해줄 임원할당제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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