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잘못된 공천에 대해 반성하고 책임성 보여야

7·30 재보궐선거전이 뜨겁다. 규모면에서 15개 지역으로 헌정 사상 최다 재보궐선거다 보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열기가 몹시 불편하다. 한 달여 전에 치른 6·4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 심판과 신임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이미 답을 주었다. 둘 다 정신 차리라고 말이다. 그런데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한 사람의 이름이 광주에서 서울로 또 서울에서 경기도로 오로지 이기기 위한 선거만을 위한 대진표를 짜느라 난리 법석이다. 그러나 이렇게 법석을 떨어도 되는 선거인지, 즉 왜 15개나 되는 지역에서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됐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15개 지역 중 10개 지역은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6·4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돼서 치르는 곳이다. 3개 지역은 2012년 선거 당시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여 당선 무효가 돼서 치른다. 나머지 두 곳은 당선 이후 정치자금법 위반 등 부정한 행위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해서 치러지는 곳이다. 어디 하나 떳떳한 이유로 선거가 치러지는 곳이 하나도 없다. 무책임과 탐욕과 부조리가 있을 뿐이다.

 

20일 오전 경기 과천 홍촌말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대책회의에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20일 오전 경기 과천 홍촌말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대책회의에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최소한 각 정당은 15개씩이나 되는 곳에서 재보궐선거를 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또 다른 무책임과 탐욕과 부조리만이 보일 뿐이다. 하지 않아도 되는 선거를 하게 만든 것에 대해 그리고 그로 인해 국민에게 또다시 선거 비용을 책임지게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는 명분이다. 명분을 상실한 정치는 시정잡배들의 노름판과 다를 바 없다. 재보궐선거 지역이 15개나 되어 선거판이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정당의 무책임과 잘못된 공천이 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큰 별 작은 별 찾기 놀이나 큰 용, 작은 용 모시기와 같은 호들갑과 부산함을 떨 일이 아니다. 잠룡과 별들이 나온다고 해도 그들의 무책임과 탐욕 그리고 부조리가 덮어지는 것이 아니다. 7·30 재보궐선거의 명분은 용들의 원내 진입이 아니다. 정당들의 잘못된 공천과 무책임한 선수 교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7·30재보궐선거는 헌정사상 가장 부끄러운 선거일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진정한 책임성을 보이는 일이다. 최대한 깨끗하고 지역주민들의 공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후보를 찾는 일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선거법 위반이나 부정한 행위로 인해 당선 무효 및 의원직을 상실한 지역에서는 여성들이나 정치 신인들을 공천해야 한다. 여성과 정치 신인들은 상대적으로 더 깨끗하고 더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이다. 각 정당은 최소한 당선 무효와 의원직 상실 지역에서 여성이나 정치 신인을 후보로 공천하는 것이 그나마 잘못된 후보 공천에서 비롯된 재선거에 대해 책임을 지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재보궐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곰곰이 따져보자. 지금 월드컵 경기가 한창이다. 축구경기에서는 레드카드나 옐로카드 2장을 받아 선수가 퇴장하면, 선수 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반칙에 대해 해당 팀이 책임을 지게 한다. 그렇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부정행위로 인해 의원직을 상실하거나 당선 무효가 될 경우, 그들을 공천한 정당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닌가.

잘못된 공천을 해서 재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정당들에 또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또한 다른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선수 교체를 정당 차원에서 결정을 했으면 선수 교체로 드는 비용은 해당 정당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정당하지 않겠는가? 선거공영제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그 비용을 또다시 전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재보궐선거는 정당의 후보 공천에 대한 책임성을 확인하는 선거이지 용들의 귀환이나 패자 부활을 위한 선거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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