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일 함부르크대학 비르깃 이핑거 교수
전문직 여성들, 경력단절 막을 수 있어 호의적
시간제·전일제 차별 없애고 연금 보장해야
2개의 일자리 3인에게 나누는 0.7모델로 가야

 

“연금 등 복지가 보장되는 시간제 일자리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경력단절을 원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입니다. 그러나 근로자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강제적 시간제 일자리’는 근로자의 의욕과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나쁜 일자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젠더·노동 전문 사회학자인 독일 함부르크대학의 비르깃 이핑거 교수는 시간제 일자리는 개인에게 선택권을 줬을 때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19일 독일 함부르크대에서 만난 그는 독일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내놓은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 많은 여성이 자신의 일을 하게 됐다면서 “적은 시간이더라도 돈을 벌면서 경력을 쌓기 때문에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여성 고용률은 물론 전체 고용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독일의 상황을 설명하며 “이는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정책만으로 이뤄진 결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보육시설 확충은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정책과 나란히 진행돼야 합니다. 독일에선 2007년에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됐고, 지난해부터는 정책 결과물인 전일제 돌봄 유치원이 생기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법적으로 여성은 1년, 남성은 2개월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휴직 기간 임금은 기존의 3분의 2까지 보장된다. 또한 올해부터는 성별에 관계없이 육아기 근로자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택하면 정부 지원 형식으로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이핑거 교수는 설명했다.

이핑거 교수는 기본 임금이 높은 전문직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 지식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하는 전문직 여성들에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고 있어요. 이유는 적게 일하면서도 자신의 경력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고, 중간에 전일제를 희망할 경우 대부분 전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독일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100% 완벽한 것은 아니라면서 연금이나 시간제·전일제 노동에 대한 차별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금의 경우 근로자가 빈곤 문제에 빠질 수 있는 함정이 있다면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금은 전일제 노동과의 차별이 없지만, 연금은 전일제 노동자과 비교해 반만 받게 됩니다. 평생을 시간제로 일한 근로자에게 사회보장을 반만 해줘야 하는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요. 독일은 이 문제에 대해 정치계·시민사회계·학계 등에서 활발히 논의를 하는 중입니다. 저는 시간제 근로자들이 절반만 노후 보장을 받는다면, 정부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독일의 대표적 시간제 일자리인 ‘미니잡’에 대해선 “반드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미니잡은 450유로로 임금이 정해져 있는 초단시간 근로 형태다. “보험과 연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인권 사각지대로 빠질 수 있어요. 아무리 단시간 근로를 하더라도 사회안전망 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차단돼 있다면 그건 문제라고 봅니다.”

이핑거 교수는 한국이 기존 일자리 하나를 두 명이서 일하게 하는 독일식의 ‘0.5모델’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말에는 “한국은 사회복지가 독일에 비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0.5모델을 하게 되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0.5모델보다는 2개의 일자리를 3인에게 나누는 0.7모델이 그들의 근로 의욕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독일도 점차 0.7모델이 0.5모델보다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핑거 교수는

유럽비교사회학을 주제로 젠더, 가족·젠더·일자리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독일 국책연구로 가사노동자 임금에 대한 유럽 비교 연구를 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과 핀란드 타페레대학 방문교수 경험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2004년 발표한 ‘유럽의 문화, 복지국가와 여성 고용의 개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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