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초등학교 교사 75%가 여성, 25%가 남성
조테미르시 ‘데오란헤리’ 초등학교 학부모 90% “시간제 교육방식에 만족한다”

 

네덜란드 덴호그 근교 조테르미르(Zoetermeer) 지역의 데 오란헤리 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사의 모습.
네덜란드 덴호그 근교 조테르미르(Zoetermeer) 지역의 '데 오란헤리' 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사의 모습. ⓒ여성신문

6월 23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네덜란드 조테미르(Zoetermeer)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 점심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유롭게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전날 브라질 월드컵 경기에서 네덜란드팀이 칠레팀을 2-0으로 이겼기 때문인지 아이들 대부분 축구에 여념이 없었다. 교실은 대부분 텅 비었다.

한 학급 평균 30명의 학생들로 이뤄진 ‘데 오란헤리(De Oranjerie)’ 초등학교에는 총 680명의 학생과 40명의 교사가 있다. 9년 전 생긴 이 학교는 만 4세부터 12세까지 학생들로 구성, 교사 40여 명 중 한 명(교장 2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시간제로 일한다.

교사 1명당 학생 28명을 담당하지만 학생들에게 ‘담임선생님’ 같은 건 없다. 만 4세부터 8세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 선생님을 바꿔가며 수업을 듣고, 9세부터 매일 수업마다 선생님이 바뀐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교사는 지식을 나누고 사회화를 돕는 조력자이지 ‘나는 선생, 넌 제자’ 식의 끈끈한 스승·제자 관계가 아니다.

모든 교사는 특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악기를 다루거나, 뮤지컬, 노래 혹은 다양한 종목의 체육 특기를 갖고 있다. 음악, 체육, 댄스 담당 교사까지 있어 학생들 입장에선 최대한 다양한 선생님과 수업을 해 보는 게 이익이다.

시간제 교사냐, 전일제 교사냐는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시간제 교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기간제 교사 제도를 두고 정규 교사의 휴직, 휴가, 연수 등의 공백을 메우고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한다는 임시직 이미지와도 다르다.

네덜란드의 경우 정부가 1990년부터 적극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내자, 교사들 역시 적극 환영했다. 특히 나이가 많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시간제 전환 신청이 쏟아졌다. 50대 중반에 가까워진 교사들이 자기 시간을 더 여유 있게 쓰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물론 출산 후 일과 가정 양립이 어렵다는 이유로 젊은 여교사들의 환영도 컸다.

최근에는 다양한 나이대의 교사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시간제를 선택하고 있다. 취미 활동, 학업 병행 등의 이유가 크게 차지한다. 레이몬드 반 덴 버그(48) 교장은 “최근에는 젊은 교사들이 자신의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시간제를 신청한다”며 “정부가 일하는 시간의 10% 정도를 더 보조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시간제 요구는 여성 교사들의 출산 후 일과 가정의 양립에서 시작됐다. 대부분 여성 교원들이 출산 휴가를 끝낸 뒤 주 5일 풀타임에서 3~4일 시간제로 전환하는 식이다. 이 학교도 출산휴가(네덜란드는 16주) 후 주 3일 일하며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초등 교사 75%가 여성이란 사실을 생각하면 교육 시스템에 시간제 도입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네덜란드에서 만난 이들 대부분은 초등학교 한 반에 2명의 선생님이 있다는 건 ‘아주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조테르미르(Zoetermeer) 지역의 데 오란헤리 초등학교 레이몬드 교장이 학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조테르미르(Zoetermeer) 지역의 '데 오란헤리' 초등학교 레이몬드 교장이 학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성신문

시간제 일자리가 처음부터 아주 효율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시간제로 일하는 조직원들이 많아질수록 조직 내에서 여러 협의 과정과 조율이 필요하다. 레이몬드 반 덴 버그 교장은 “처음에는 교사들의 시간제일자리 시스템에 대해 학교 교장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일이 더 많아지고 스케줄을 계속 조정해야 한다는 이유였다”며 “하지만 교사들도 일과 개인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살고 싶어하기 때문에 결국 시간제일자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현실은 많이 다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원 82.7%는 시간선택제 교사제도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시간선택제 교사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었지만 교사와 교대 재학생의 거센 반대로 내년 3월로 잠정 연기한 상태다.

이 조사에서 교사들이 이 제도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 생활지도, 진로상담 등 책무성 담보 곤란(51.0%)’이었으며, 그 다음으로 ‘담당 업무 및 행정 업무 등 타 교원 부담 증가(23.3%)’, ‘교원 신분에 따른 위화감 조성(16.1%)’ ‘교육과정 편성 및 각종 행사 등에서 타 교원과 협업 곤란(9.6%)’ 등이었다. 누군가는 부재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고, 더 일을 해야 하며, 노동계약 조건에 따라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교육의 질’을 문제 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 교육 관련 연구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교육 질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증명되지 못한 상태다. 교육 만족도에 있어서도 시간제 교사들의 교육 ‘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는 적다. 실제 데오라헤리 초등학교는 매년 두 차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90% 정도가 ‘만족한다’고 대답, 10%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불만족한다고 답한 이들은 대부분 자녀들의 학교 부적응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레이몬드 반 덴 버그 교장은 “한 명의 선생님이 학생을 맡아야 더 교육 질이 높아진다는 건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교사들 사이에 수업과 교육의 질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여러 명의 교사들이 한 아이를 교육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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