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암스테르담대학 AIAS 연구소에서 만난 키아 티아덴스 교수
대부분의 일자리에 ‘시간제 일자리’ 적용할 수 있어야
근로자들이 노동시간 조절할 수 있는 법 만들어야
한국에서 시간제일자리 정책이 거론되면서 기업과 노동계는 이런저런 우려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시간제 일자리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네덜란드의 노동전문 교수는 걱정보다 긍정적 의견을 내놨다. 네덜란드의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들의 삶을 균형 있게 하고 여성들에게 ‘일할 권리’를 줬다는 측면에서다.
6월 2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AIAS(Amsterdam Institute for Advanced labour studies) 연구실에서 만난 키아 타이덴스(Kea Tijdens) 교수는 “장담할 수 있다. 시간제 일자리가 한국에 제대로 도입된다면 정말로 많은 여성이 이 제도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한국 여성들은 가정과 일을 양립하고 싶어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결과 아이를 낳는 것을 계속 미루게 되고 출산율도 낮다”며 “만약 시간제일자리가 제대로 도입된다면 많은 여성이 이 제도를 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학력 여성들이 질 좋은 직업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여성이 대학에 진학하고 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데 그 능력을 사회에 환원하지 못하고 저임금 아르바이트밖에 할 수 없다면 그건 너무 아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네덜란드에는 일하는 여성의 75%가 파트타임, 즉 시간제 일자리 형태다. 5명 중 3명은 시간제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의 시간제 일자리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업종별 차이가 있으나 대략 주당 35시간 이상을 일하면 전일제, 그 미만은 시간제로 구분한다. 일의 강도와 전문성, 임금의 차이로 구분할 뿐 좋은 일자리, 나쁜 일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자리의 형태가 다른 셈이다. 대학 졸업 후 사무직 일자리에서 선택할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는 대부분 ‘자발적 선택’이다.
타이덴스 교수는 네덜란드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보편화된 데는 2002년 전일제로 근무하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고용주에게 자신의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권리를 담은 법이 생기면서부터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이 법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노동시간에 대한 여러 요구들이 나오고 있었다. 1982년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했고 기업, 노동자, 정부가 대타협을 통해 40시간 풀타임을 현재처럼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도 반영됐다. 노조에 가입한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노조 내에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계속해서 냈고 그 결과 현재 출산한 여성들이 한시적으로 전일제 일자리를 시간제로 근무할 권리를 담은 ‘Ouderschapsverlof(양육)’ 제도가 생겼다.
그는 “대부분 여성들은 자신에게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가정생활과 일을 양립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 경우 대부분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한다”며 “돌봄 서비스가 있다고 해도 비싸고 남성에게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일을 계속 하고 싶어한다. 그런 경우 여성들은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시간제일자리를 도입한다면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군에서부터 하나씩 시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 초기 모습은 2명의 초등학교 선생님이 한 개의 교실을 책임지는 형식으로 시작됐다. 소위 ‘듀오잡’으로 불린다. 한 명의 교사가 월수금, 다른 교사가 화목토를 책임지는 식이다. 현재 아주 일반적인 초등학교의 교사들의 근무 시스템이다. 교사 입장에선 자신의 나머지 시간에 개인 생활을 할 수 있어서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의 시간제 일자리 도입과 관련해 두 가지를 강조했다. “우선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 사업주가 아니라 근로자들에게 노동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모든 직업에 다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낮은 임금의 직업군은 시간제이고 높은 임금이나 전문직은 전일제란 식이면 안 된다. 이 두 가지가 같이 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규제해야 한다” 고 말했다.
타이덴스 교수는 시간제가 여성 경력 개발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선 “그런 생각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모든 여성이 다 기업 CEO가 되려는 건 아니지 않은가. 결국 일을 계속 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할 때 전일제로 전환 가능하다는 게 법에 명시돼 있다면 꼭 나쁜 선택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