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유리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집행위원장
국내 여성 공연전문기획자 1호…“자기 확신과 전문성 있어야”
뮤지컬 산업 지역성 한계 극복 성과…올해 목표는 아트마켓 역할 강화
“우리 분야는 그래도 여성이 많지만 리더 역할을 하면서부터는 현실의 벽을 느껴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거나 뛰어나기 위해선 굉장한 노력과 전략이 필요함을 실감합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이유리(51) 집행위원장은 우리나라 공연전문 기획자 여성 1호다. 동숭아트센터 기획사업부장, 서울예술단 프로듀서 등을 역임하며 국내 뮤지컬 산업이 형성되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새로운 길을 걸어왔다. 이 집행위원장은 “남성들과 같이 일하며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선 자기 확신과 그 확신을 가질 만한 전문성, 남성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딤프 집행위원장을 맡아 조직의 전체 사업 기획과 운영을 이끌어왔다. 임기는 2년으로 올해가 집행위원장으로서 치르는 마지막 행사다. “10년이 다 돼가는 국제 뮤지컬 축제로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행사예요. 영국의 에든버러와 프랑스 아비뇽이 있긴 하지만 순수예술 축제이고, 딤프는 대규모 공연장부터 소규모 공연장에 이르기까지 20여 개의 작품이 올라가는 대형 아트마켓이라고 보면 돼요.”
딤프는 대구시가 주최하는 국제 규모의 뮤지컬 행사로 지난 2007년 시작됐다. 8회를 맞이한 올해 행사에는 공식 초청작 7개, 딤프뮤지컬시드(창작지원작) 4개,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5개 등 특별 공연을 포함해 총 17개의 작품이 행사 기간(6월 28일~7월 14일)에 무대에 오른다.
이 집행위원장은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지난 1년여간 딤프 조직을 이끌며 처음 한계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매일매일이 고비였어요. 국고 5억에 시비 12억, 자부담 3억 등 총 20억원의 예산으로 해외 작품 초청에 조직 인건비와 운영비, 해외 출장비까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죠.”
“인터파크 뮤지컬 관객 통계를 보면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다 한 자릿수인데 대구만 두 자릿수예요. 배우들이 대구 공연을 오면 관객 반응이 좋다고 해요. 지역 공연 종사자들의 뮤지컬 생산도 활발해졌죠. 딤프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뮤지컬 산업의 지역적 한계 극복에 힘을 쏟아온 그에게서 뿌듯한 미소가 번졌다.
이 집행위원장은 프로그램의 질 향상과 아트마켓의 역할 강화를 딤프의 올해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딤프는 초청작으로 브로드웨이(미국)와 웨스트엔드(영국)가 아닌 제3세계 대형 뮤지컬이면서 라이선스 계약 가능성이 있는 해외 작품을 엄선했다. 탄탄한 조직을 구축하고 사업별 운영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이 집행위원장의 몫이다. 그는 “여러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딤프를 떠나기까지 조직을 체계화하고 안정화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도 중요한 과제다. 딤프는 2009년 뉴욕뮤지컬페스티벌(NYMF)을 시작으로 중국동관뮤지컬페스티벌, 중국상하이국제아트페스티벌과 업무 협정을 체결하고 해외교류를 지속해 왔다. 문학도였던 이 집행위원장은 23세이던 1986년 이윤택(62) 연출가를 만나 극단 ‘연희단 거리패’의 창단 멤버로 공연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30여 년이 훌쩍 지나 뮤지컬 산업의 리더가 된 그에게 소회를 물었다. “평생 목표를 달성하는 맛에 살아왔어요. 무엇을 하면 올인하는 스타일이죠. 괴롭지만 타고난 기질 자체가 그래요. 불가능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갈 때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