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LGBT영화제 김조광수 집행위원장
“한 누리꾼이 ‘나는 동성애자가 나오는 영화는 불편하기 때문에 LGBT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제 블로그에 남겼어요.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동성애자인 저는 이성애 영화가 전혀 불편하지 않은데 왜 이성애자들은 동성애 영화를 불편해 하는지 모르겠어요”
지난해 9월 국내 최초 동성 결혼식을 올린 영화감독 김조광수(48)씨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영화를 통해 동성애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LGBT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4년째 활동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제를 앞둔 김조광수 위원장을 만났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자 인권의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동성 부부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러시아나 우간다는 ‘반 동성애법’을 제정해 성소수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김조 위원장은 동성애에 대한 이러한 시대 흐름에 한국은 어느 대열에 설 것인가 결정해야 할 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초 열리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가면 전 세계 LGBT영화제 관계자들이 모여 포럼을 개최해요. 올해 주제가 동성애 혐오와 수용이 공존하는 시대에 대한 고찰이었어요. 차별이 완화된 국가에선 자유를 누리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에선 폭력이 더 심해지고 있어요.”
김조 위원장은 지난해 영화제작자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와 동성 결혼식을 공개적으로 올리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동성혼이 합법화되지 않은 국내에서 열린 첫 공개 결혼식이었다.
“동성애 혐오와 맞서 싸우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봐요. 저는 영화인이니까 영화를 통해 운동을 하는 거죠. 머리에 끈 두르고 시위나 집회를 하는 부분도 필요하지만 영화는 사람들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달라지게 하기 때문에 훨씬 평화로운 방법이죠.”
이번 영화제에서는 홍석천씨와 트랜스젠더 하리수씨가 집행위원을 새로이 맡게 됐다. “두 분 다 영화배우 경력이 있는 분들이고, 특히 석천씨는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은데 커밍아웃 후 본의 아니게 그 꿈을 제대로 못 펼쳤거든요. 리수씨는 노랑머리2를 시작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니 둘 다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죠.”
영화제 측에 따르면 올해 스폰서가 14개 늘었다. 이에 김조 위원장은 “현물이 늘었을 뿐 재정 상태는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 없기 때문에 기업 지원에 의지를 해야 하는데 여전히 결재 라인에 계신 분들 중에는 ‘굳이 동성애자들까지 지원을 해줘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도 인식이 개선되면서 중간 관리자인 과장급 라인에서는 많이 도와주세요. 저희는 10년 후를 내다봐요. 과장님들이 국장님이 될 때를요.(웃음)”
그는 “미국, 일본 등에선 성소수자들을 소비의 핵심 계층으로 여기기 때문에 지원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은 커밍아웃 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저는 세상 밖으로 나오라고 조언해줘요. 그래야 사람들이 우리의 힘을 알게 되고, 우리를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못하거든요.”
올해 LGBT영화제에는 독일, 미국, 카메룬 등 14개국 34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영화제는 6월 4~10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 http://www.selff.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