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빛 안개가 솔솔 피어오르는 3월, 흙이 기지개를 켜고 나무들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온몸으로 물을 빨아올리고 있다. 산길에는 마른 잎 틈에서 뾰족뾰족 새순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나뭇가지 위에는 새들이 저마다 색색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하늘은 마치 비취인양 투명하고 푸르기만 하다. 새들은 그 혹독한 겨울을 어디서 어떻게 견디고 무얼 먹고 살았을까 생각하니 어쩌면 새들이 사람보다 더 지혜로운 것 같다. 새보다도 한 포기 풀보다도 더 허약하고 지혜가 모자라는 나를 돌아본다.

나무나 풀들은 아무리 춥고 거센 바람이 불어와도 선 자리에 그대로 서서 동료들과 함께 겨울을 견디고 새봄을 맞는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으로 해야 할일을 말없이 완수해가는 그들이 군자라 할 수 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어떤가. 공유하는 그 무엇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나만을 위해 하나를 가지면 열을 가지려고 온 생애를 다 바친다 해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세 모녀가 지하월세 방에서 가난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분들은 월세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잘 내왔다’고 집주인은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 세상을 떠나면서도 공과금과 방세를 챙겨놓고 떠난 착하디착한 그런 사람이 그 착한 마음을 대접받고 믿어주는 세상은 없는 것일까. 좀 더 힘을 내라고 등을 다독여주는 이웃이 그렇게도 없었을까. 일하는 식당에선 몸이 아프면 선불도 좀 해주고 나으면 나와서 일하도록 등을 다독여 주는 이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누구나 삶이라는 무게를 지고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마지막 정거장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이다. 자연발생적으로 태어났다가 너나없이 자연발생적으로 대부분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살아있는 동안 어떤 것을 소유 했을 지라도 마지막 떠나갈 때는 모두 내 것이 아닌 데, 그 무엇을 위해 우리는 이렇게 메마르고 차가운 가슴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이웃에 대한 사랑이 없을 때 우리의 가슴에 사막이 생긴다. 고 했다. 경제 12권 대국 어쩌고 하는 말들이 한낱 허튼소리로만 들리는 건 나만의 허탈함이 아닐 것이다. 서민을 위한 정부정책 어쩌고 하면서 왜 진즉 그렇게 어려운 서민을 챙겨주지 못 했는지…. 정녕 도움을 받아야 할 그렇게 어려운 사람은 받지 못하고, 빈자가 아니면서도 빈자로 인정되어 생활비를 받아오는 사람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잘못된 허점을 바로잡아 꼭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 생활비를 지원 받을 수 있게 고쳐져야 한다.

자연은 만인의 스승이라고 했던가. 풀과 나무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아무리 수가 많아도 그들은 햇볕과 비를 함께 나누며 살아간다. 우리 인간은 가지면 더 가지려는 그 욕심이 우리를 눈멀게 하고 귀 먹게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면 사망을 낳는다. 고 했다. 우리 마음을 가시덩굴로 칭칭 동여매어 누구도 다가올 수 없게 담을 쌓고 살아가는 건 아니었나 싶다. 곧 끊어지려는 삶이라는 밧줄에 시린 손 여섯 개가 매달려 벌벌 떨면서 앞으로 뒤로 손을 내저어도 누구하나 그 손을 잡아주는 이 없는, 이 세상에서 그들은 우리의 가슴을 뚫지 못하고 결국은 번개탄 두개 위에다 세 모녀가 목숨을 올려놓고 활활 태워버린 걸 생각하니, 찌르르 안타까움이 밀려오는 마음이 추운 이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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