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 윤필정씨 징역 2년 선고
피해 여성 입장의 정당방위 판결 여전히 요원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11월 서울 동대문 메기박스에서 열린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윤필정씨의 구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쳤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11월 서울 동대문 메기박스에서 열린 제7회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윤필정씨의 구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쳤다. ⓒ한국여성의전화

“아빠가 엄마의 목을 노끈으로 졸라 죽음 직전까지 가게 하고, 화학약품을 먹이려 하고, 항상 칼을 옆에 두고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엄마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아빠가 집안에서 너무나 강자였거든요. 25년간 불안, 공포, 두려움이 온몸에 배어 있었어요. 엄마랑 아빠는 동등한 위치에 놓인 게 아니었고 하루하루가 죽음의 위협이었는데 단지 그 상황만 가지고 정당방위가 아니라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아요.”

21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필정(가명)씨의 딸 수지(가명)씨는 가정폭력 피해자인 엄마가 가해자가 되어 수감되어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수지씨는 “엄마는 자식들 때문에 25년을 넘게 감옥살이 했다. 가정폭력은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벗어날 길이 없다”며 “몸과 마음에 피멍이 든 채로 참아오기만 했던 엄마가 또 희생하고 갇혀 있는 것이 마음을 뜯어내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다”고 절절한 심경을 토로했다.

25년간 남편의 무차별적 폭력과 괴롭힘 속에 살아오던 가정폭력 피해 여성 윤필정씨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의 1심 판결이 지난 2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나왔다. 윤씨의 변호인과 윤씨를 지원했던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장한 ‘정당방위’는 인정되지 않았고, 윤필정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윤필정씨가 심각한 가정폭력에 시달려 온 점을 인정했지만 “남편을 살해하기 전에 이혼하거나 가정폭력을 신고함으로써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이런 조치를 하지 않고 그 어떤 가치보다 고귀하고 존엄한 인간의 생명이라는 법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윤필정씨의 남편은 니퍼나 스패너 등의 공구로 윤씨를 폭행해 윤씨의 두피가 찢어지기 일쑤였고, 멀티탭이나 허리띠로 채찍질하듯 때리고, 주먹으로 귀를 때려 윤씨의 한쪽 귀가 들리지 않기도 했다. 이런 심각한 폭력에 시달리던 윤씨는 지난해 9월 부쩍 심해진 남편의 폭력에 정말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고 남편을 살해하게 된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피해자 윤씨의 구명운동을 펼쳐 2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제출하고 법무법인(유한) 원과 함께 정당방위지원팀을 구성해 재판 대응 활동을 해 왔다. 1심 판결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는 “재판부의 판결은 우리 사회의 현실과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겪으면서 나타나는 피해 여성의 심리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윤씨의 변호인단은 1심 판결 이후 항소한 상태다.

수지씨는 엄마 윤씨를 응원해준 2만여 명의 시민에게 “저희 세 모녀가 지금까지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을 나누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준 수많은 관심 덕분이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어 수지씨는 “나와 같은 아픔을 겪거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께 먼저 손 내밀고 안아주는 사람이 되자고 엄마와 약속했다”며 “가정폭력이 얼마나 잔인하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지 우리 세 모녀 같은 비극적인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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