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엄마의 주례사
얼마 전 ‘노처녀’ 훈장을 뗀 선배가 말했다.
“울 엄마, 나한테 그렇게 결혼하라고 난리 치시더니 결혼식 날 펑펑 울기만 하시더라.”
선배의 말을 듣고 ‘눈물’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봤다. 선배의 어머니는 이제부터 고생 시작일 딸이 안쓰러워서 우셨을까, 아니면 품안의 자식이 언제 저렇게 컸는지 감격스러워서 우셨을까.
신간 ‘엄마의 주례사’의 저자 김재용(사진)씨는 혼기가 찬 딸이 소개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저 아이가 덜컥 신랑감을 데려와서 ‘한 달 후 결혼’을 선포한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결혼 생활’에 대해 조언해주지 못하고, ‘결혼 준비’에만 열을 올리진 않을까.” 그는 생각이 날 때마다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러고는 주례사를 한 글자씩 미리 써내려갔다.
33년 전 결혼을 먼저 한 선배이기 때문일까. ‘스님’이 아닌 ‘엄마’의 주례사는 엄마의 산 경
험에서 나온 조언이 생생히 담겨 있다. 그녀만의 ‘남’의 편인 ‘남편’을 내 편 만들기 노하우, 고부 갈등 노하우가 바로 그것.
가장 먼저 저자는 결혼 생활도 외로울 수 있다고 말한다. 결혼이란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벤트가 아님을 일러두는 것이다. 단지 혼자인 게 외로워서 결혼을 꿈꾼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 한다. 외로워서 곁에 있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면 그 외로움은 둘이어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의 결혼 생활도 엿볼 수 있다. 스물셋 가을, 뭣도 모르고 시작한 저자의 결혼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오히려 친정어머니가 안 계시니 시어머니와 살면 좋을 거라 생각해 망설임 없이 내린 ‘결정’이 스물다섯 해 동안의 시집살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저자의 말을 빌려) 비현실적이고 철없던 그는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서 점점 작아졌다. 남편에게 외로움을 하소연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후 그는 결혼하면 외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환상을 버렸다. 눈물과 한숨 대신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혼자 노는 법’을 찾아낸다. 혼자 책도 보고 일기를 쓰고, 영화도 보고, 미술관에도 가고, 밥도 사 먹었다. 배우는 것을 좋아해 인테리어와 여행작가 학교도 다녔다. 에세이스트로도 등단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오롯이 들여다보고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되새겨 혼자 떠나 휴식할 수 있는 곳과 강의를 듣고 취미 활동을 배울 수 있는 곳들도 팁으로 제시한다.
특히 ‘아내’ ‘며느리’ ‘엄마’의 타이틀로 살아갈 딸에게 한 ‘여자’로서의 타이틀은 잃지 말라고 조언한다. 또 전업맘과 워킹맘의 애로 사항을 언급하며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자아 탐구를 멈추지 말 것을 권한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은 일과 가정 사이를 두고 갈팡질팡 ‘제2의 사춘기’를 겪는 여성들에게 힘을 준다.
책을 읽으면 결혼 생활의 시행착오를 먼저 겪은 언니와 수다를 떠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엄마의 주례사’는 꼭 결혼을 목전에 둔 여자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언젠가는 결혼을 해야 하는데 막연하기만 한 미혼 여성, 시댁과의 갈등을 겪거나 육아 전쟁에 시달리는 기혼 여성에게는 결혼에 대한 마인드를 점검해 봄과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는 현실 지침서가 될 것이다. 1만3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