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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 세종문화회관 소회의장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 21C

여성·미디어 운동센터가 발족 1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포르노·미

디어·여성’세미나는 왜곡된 성문화를 끊임없이 조장하는 포르노성

미디어 상품에 대한 비판과 건강한 성문화를 위해 미디어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해보는 장이었다. 이 문제는 그 정도가

심각한 데 반해 공론화의 자리가 부족했던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박정순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

나에서는 전석호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형상 변호사, 공미혜

신라대 여성대학원 교수, 김혜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발제자

로, 배금자 변호사, 원용진 동국대 신방과 교수, 황정미 서울대 강사

등이 토론자로 나와 열띤 논의를 펼쳤다.

전석호 교수는 미디어 섹스의 현안을 점검하며, 미디어상에서 일어

나고 있는 음란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성에게 책임을 전가

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유통과정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

다고 주장했다. 또 박형상 변호사는 영화 '거짓말' 논란을 중심으로

포르노그래피와 표현의 자유 한계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리

도 입법적 대안 차원에서 독일의 경우처럼 하드코어-소프트코어 규

제방법을 도입하여 하드코어 부분은 규제하는 반면, 소프트코어 부

분은 풀어주자고 제안했다. 박 변호사는 특히 '거짓말'에 대해서는

“법률적 규제차원이 아닌, 영상미학적 도는 완성도 차원에서 영화

에 대한 찬반 토론이 왜 그렇게 부실한가”하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 중에는 포르노는 성차별의 관점에서 페미니스트들

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익 권력집단이 고수하고

자 하는 도덕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페미니즘 성정치학은 여성의

성적 자율성과 쾌락 추구를 모두 포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는 주장도 나왔다.

배금자 변호사의 주장처럼 아직 우리 사회는 ‘포르노그래피’와

‘에로’, 즉 음란과 외설에 대한 규정과 명확한 규제도 정해지지

않았다. 또한 특히 청소년을 염두에 둔 국민의 ‘보지 않을 권리’

에 대해서도 무감각하다. 이번 세미나가 미디어의 공적 역할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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