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연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인권위의 행태는 국가적 망신"
정의당 "인권위,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반인권적 기구로 전락"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세계 120여개국의 인권기구 연합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정기 등급 심사에서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데 대해 야권은 한목소리로 "현병철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4일 인권위 관계자에 따르면 ICC 승인소위원회는 지난 3월 18일 개최한 심사에서 한국 인권위의 등급 결정을 보류하기로 하고 이를 최근 인권위에 통보했다. 인권위는 그동안 ICC 등급의 최고 등급(A등급)을 유지해왔으며 2007년에는 위원회 부의장국을 지내기도 했다. ICC는 인권위의 등급보류 이유로 인권위원 임명절차의 투명성, 시민단체 등의 참여 보장, 인권위원과 직원 구성의 다양성 보장, 인권위원과 직원 활동에 대한 면책 조항이 부족함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7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현병철 위원장 취임 후 인권위는 용산참사 의견제출 안건 부결 등 반인권적 처신을 보인바 있으며, 이러한 현 위원장의 처신에 반발하여 상당수의 인권위원이 사퇴한 바 있다"면서 "인권위가 ICC 등급 보류 판정을 받은 것은 '인권국가'를 지향하는 민주국가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 특혜 등 각종 의혹과 재임 중 청와대 수시 접촉, 탈북자 신상공개, 전원위원회 독재발언 등 자격 논란으로 연임불가 압력을 받아온 현병철 위원장의 재임 자체가 인권위의 위상 실추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인권위의 행태는 국가적 망신이며, 이를 초래한 현병철 위원장는 즉각 사퇴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인권위는 입법, 행정, 사법부로부터 독립적 기능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기관이지만 현 위원장 취임 후 인권위의 독립성은 완전히 무너졌다"며 "정부정책과 충돌되는 사안과 관련해서는 어떤 인권침해가 벌어져도 이에 대한 구제요청을 단호히 거부했고, 밀양송전탑·진주의료원·쌍용자동차 등 주민과 노동자들의 생명권 침해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인권침해 가능성 없음'을 반복해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청와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서는 눈 감아줌으로써, 국민의 인권이 아니라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반인권적 기구로 전락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바 있다"며 "이제 나라밖에서까지 인권위의 반인권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위를 더 이상 끌고 나갈 자격을 잃었다. 인권위 간판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ICC는 5년마다 각국 인권기관의 활동이 '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에 들어맞는지 판단해 등급을 A∼C로 매긴다. 인권위가 A등급을 유지하지 못하고 B등급으로 강등되면 ICC에서의 각종 투표권을 잃게 된다. ICC는 6월 30일까지 인권위에 지적 사항과 관련된 답변을 받아 2014년 하반기에 등급 재심사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