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사랑 38년 외길… 명승희 대한무궁화중앙회 총재
4월 건립 발기인대회… 범국민운동으로 전개
“여성들이 십시일반으로 마음 보태달라”

 

무궁화에 미쳐 집도 팔았고 사생활도 버렸다. ‘무궁화 운동가’로 불리는 명승희 대한무궁화중앙회 총재는 14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 옆 윤중로를 일본의 나라꽃인 벚꽃이 뒤덮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무궁화에 미쳐 집도 팔았고 사생활도 버렸다. ‘무궁화 운동가’로 불리는 명승희 대한무궁화중앙회 총재는 14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 옆 윤중로를 일본의 나라꽃인 벚꽃이 뒤덮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 옆 윤중로를 일본의 나라꽃인 벚꽃이 뒤덮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올해 일흔넷인 명승희 무궁화중앙회 총재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벚꽃을 추앙하는 그릇된 축제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일갈이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무궁화중앙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7년 전 3·1절에 윤중로에 핀 벚꽃을 베려고 준비한 적도 있다”며 “감옥살이도 감수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만류해 하지 못한 적도 있다”고 했다.

‘천황(일왕)을 위해 사쿠라 꽃잎처럼 지라’는 유명한 문구처럼 벚꽃은 일본 군국주의의 얼굴과 같다. 그런 벚꽃이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의 대표적 봄꽃이 됐다. 또 ‘벚꽃 엔딩’이란 ‘봄 캐럴’의 인기에 힘입어 청춘에게 묘한 설렘을 안겨주는 꽃이 됐다.

“일제 때 진해의 지명이 웅천입니다. 일본인들이 우리 제주 왕벚꽃을 개량해서 자기네들의 상징으로 만들었어요. 우리 국민을 무참히 죽인 후 코와 귀를 베어 일왕에게 귀무덤을 보내기도 했어요. 일본의 나라꽃을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 축제로 즐긴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죠.”

중앙회가 세워진 것이 지난 1976년. 명 총재는 서른여덟 해를 무궁화 사랑의 외길을 걸었다. 무궁화에 미쳐 집도 팔았고 사생활도 버렸다. 어디를 제대로 놀러가본 적도 없다니 ‘무궁화 운동가’란 별칭이 자연스럽다. 그가 최근 대한민국무궁화역사관 건립 국민운동을 시작했다. 무궁화역사관을 지으면 독립기념관 내 태극기역사관과 함께 학생들의 역사 체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각국 방문객들에게 대한민국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기념관이 될 것”이라며 “30년 넘게 보관해온 무궁화 관련 자료가 세월의 더께로 훼손돼가고 있다. 1만원이든 10만원이든 십시일반으로 여성들이 마음을 보태달라. 무엇보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 총재는 오는 4월 대한민국무궁화역사관 건립 발기인대회를 열 예정이다.

그는 “대한민국에 내가 무궁화동산을 가꾸지 않은 곳이 없다”고 뿌듯해했다. 학교와 유치원, 군부대, 육군사관학교, 경찰대학 등 곳곳에 나라꽃 무궁화를 심었다. 국회의사당,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도 무궁화를 심었다. 1985년 군함을 타고 독도에 들어가 무궁화 500그루를 심었고, 1984년에는 울릉도에 무궁화 1000그루를 심었다. 임진각과 경기도 이천에는 ‘태극기 임진각 탑’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나라꽃 무궁화에 별 관심이 없더라. 고위층 부인들도 무궁화를 패용하면 옷 상한다고 버리기 일쑤였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재작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청계천 5.8㎞ 거리 양쪽에 무궁화를 심어 세계 축제의 거리를 조성해 세계무궁화축제를 열 것을 제안했으나 “침수가 잦은 청계천변에 무궁화 식재는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때 무궁화를 의무적으로 심자고 국토교통부에 공문도 보냈다. “공무원 면접시험에 무궁화 관련 문제만 제대로 출제해도 국민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혀를 차던 그는 “어버이날에 모로코 국화인 카네이션을 부모님 가슴에 달아드리는데 올해부터는 감사의 표시로 무궁화를 달아드렸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중앙회는 8월 8일 무궁화의 날이 오면 국립서울현충원과 공동으로 나라꽃무궁화축제를 보름간 연다. 그는 기자와 헤어지며 “무궁화는 태극기와 함께 대한민국의 얼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무궁화는 꽃이기 전에 국혼이고, 국가 최고 훈장이죠. 안보 이전에 애국정신이 있어야죠. 무궁화가 민족의 뿌리임을 잊어선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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