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도 못 받는 이혼·사별한 여성 72만 명
저임금·성차별 등 노동 현실이 여성 빈곤으로 이어져
지난 2월 26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지하방에서 안타깝게 삶을 마감한 세 모녀의 죽음은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와 함께 빈곤의 마지막 희생자는 여성이라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빈곤의 여성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16.5%로, 여성(18.4%)이 남성(14.6%)보다 더 가난했다. 특히 세 모녀 가정처럼 이혼이나 사별한 여성의 상당수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배우자 없이 여성 홀로 벌어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 일자리 대부분이 저임금·비정규직인 상황에서 ‘여성 외벌이’는 이른바 ‘워킹푸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낮은 고용률, 낮은 임금이라는 여성이 직면하고 있는 노동 차별이 여성을 ‘빈곤 절벽’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5일 통계청의 전국 지역별 고용조사(2013년 6월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노동자 가운데 이혼·사별한 여성은 106만1139명(67.9%)에 달했다.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112만2000원이었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에 비해 48만5000원, 미혼 여성에 비해 52만500원 덜 받는 셈이다. 특히 여성 노동자 72만 명은 지난해 3인 가구 최저생계비(126만원)보다도 적게 벌었다. 식당일로 한 달 120만~150만원가량 벌었다는 송파의 세 모녀 가정보다 적은 셈이다.
실제로 여성 가구주의 소득은 남성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통계청의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주 소득이 남성은 5080만원, 여성은 2247만원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특히 연소득이 1000만원 미만인 여성 가구주는 34%로, 연소득 3000만원이 안 되는 여성 가구주가 75.4%나 됐다. 분석 결과에 대해 심 의원은 “복지 시스템뿐만 아니라 산재고용보험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도 빈곤 여성에게 최우선적으로 배려될 수 있는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남성 생계부양자 가족모델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남성은 일, 여성은 살림이라는 전형적인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은 갑작스럽게 사별하거나 이혼하는 여성들을 빈곤으로 몰아넣을 위험이 크다”며 “여성이 경제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세 모녀가 식당일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정 대표는 “식당종사자와 편의점 알바 등 대부분의 비정규직이나 시간제 일자리는 복지 혜택에서 제외된다”며 “정부는 기존 일자리를 쪼개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을 멈추고 현재 여성들이 종사하고 있는 일자리의 복지 여건을 개선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50%대 수준으로 아직도 여성의 경제활동이 보편적인 것으로 정착되지 못했다”며 “여성 일자리가 제한적이고, 여성노동의 양극화도 심하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여성 가구주, 한부모가정 등 가구 형태가 다양해지는 현실을 반영해 부부와 4인 가구 중심으로 편제된 복지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특히 사회복지사들의 재량권이 더 커질 수 있도록 복지전달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