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포기 여성 후보 늘고 당선자도 15% 미만 될 것” 거센 반발

 

민주당 김한길(오른쪽)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민주당 김한길(오른쪽)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결합한 ‘제3지대 신당’이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한 데 대해 지난 한 해 동안 정당공천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해온 여성계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은 2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께 약속한대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합 신당은 기초단체장과 지역구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은 폐지하더라도 비례 기초의원은 공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991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20년 만에 20%를 겨우 넘긴 여성 의원 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여성계의 원성이 거세다. 새누리당은 앞서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하되 제한적인 전략공천을 사실상 유지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바 있다.

지난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론을 강력히 반대해온 여성계는 “기초선거 공천 폐지가 어떻게 새 정치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치개혁의 절대 명분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내세우지만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대표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다. 지방자치의 폐단이 정당공천을 폐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마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지방자치 폐해를 없애는 만병통치약인 듯 신당 창당의 명분으로 삼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성계는 여성들의 정치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며 걱정이 태산이다.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해 인물보다 정당이 표심을 좌우해왔다. 특히 여성 의원들이 생활정치인 지방의회 발전의 한 축인데 여성 진출이 약화되면 지방의회 발전의 저해 요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거세다.

기초의회는 중앙정치 무대로 진입하는 하나의 통로다. 기초의회, 광역의회를 거쳐 국회로 진입하는 정치인들도 있는데 기초의회에 여성들이 진출하기 힘들면 이 또한 어렵게 된다. 김원홍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선거 출마를 포기하는 여성 후보들이 꽤 될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 여성 당선자 비율이 15% 미만으로 낮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이미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등 선거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2월 26일 전체회의를 끝으로 활동이 종료된 상태라 더 갑갑한 상황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폐지됐으니 지역에서 현직 프리미엄이 강해지고 금전과 조직력을 가진 유지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여성 정치참여를 어떻게 확대시킬지 묘안이 없다. 남녀동반선출제를 도입하는 방안 외에 해법이 없는데 이미 정개특위 활동이 끝났으니 공직선거법 개정도 물 건너간 것 아니냐”고 허탈해했다. 남녀동반선출제는 유권자 1인 2표제로 2인 선거구는 남녀 1인씩, 3인 선거구는 남성 2인과 여성 1인, 4인 선거구는 남녀 각 2인씩 선출하자는 것이다. 2000년 동수법을 통과시킨 프랑스는 지난해 도의회 선거의 남녀동반선출을 법제화했다.

대안으로 광역선거 당내 경선 시 여성 후보에게 반드시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 연구위원은 “경선 시 여성 후보가 얻은 표의 30%를 가산점으로 줘야 한다. 신인이나 초선 의원의 경우 아예 일정 정도의 가산점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남녀동반경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인 선거구에 한해 남녀동반경선제를 도입하면 여성 후보는 남성이 가진 조직이나 자금을 공유하고 선거운동도 같이 하니 선거 비용도 절반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민주당 여성국은 “기초의회 여성 후보들이 ‘멘붕’에 빠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춘생 여성국장은 “(정당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될) 지역구 기초의원이나 기초단체장 후보의 경우 탈당해서 무소속 등록을 해야 한다. 정당이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선거법상 불법이다. 괜히 지원했다가 ‘내천이냐’는 말을 들으며 흠집이 나기 때문”이라며 “다만 당헌에 지역구 30% 여성공천 의무 할당이 규정돼 있으므로 광역의회 선거에서 이를 관철할 수 있도록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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