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항일투사, 제국의 심장을 쏘다

3·1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올해로 95주년을 맞는다. 3·1만세운동은 여성들에게 중요한 정치적 전환점이 됐다. 당시 여성들은 만세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일제 경찰로부터 고문을 받아 장애인이 된 경우가 많았다. 당시 외신이나 외국 선교사들의 기록에 따르면 일제에 체포된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성추행 등이 다반사였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기록에는 여성들에게 너무나 가혹했던 사례가 전시돼 있다. 일제가 자주 사용한 고문 방법 중 하나는 ‘소좆몽둥이(소의 생식기를 뽑아 말린 것)를 물에 불려 여성 음부에 삽입’한 것이었다.

이러한 일제의 탄압에도 3·1만세운동은 여성들의 정치적 의식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킨 계기가 됐으며 이후 여성들의 정치·사회 참여는 일반적 분위기가 됐다. 많은 여성단체들이 조직돼 여성의 권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활동을 벌였다. 여성들의 활동이 항일운동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10년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아 36년간 제국의 통치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제국과 식민의 시대는 400년 이상 지속됐다. 지리상으로 가까이는 아시아 국가 중 인도네시아가 1602년 네덜란드 식민지가 된 이후 1945년 해방이 될 때까지 영국, 일본으로부터 차례차례 식민 통치를 받았다. 아프리카의 짐바브웨는 1980년에야 독립국가가 됐다. 자카르타부터 하라레까지 400년 이상 많은 국가에서 식민지 저항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여성과 남성들이 제국의 통치에 저항하고 학살당했다. 우리나라의 항일운동은 이러한 식민지 저항운동과 함께하는 인간 권리선언으로 세계시민저항운동이자 세계평화운동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러한 제국과 식민의 시대에 여성들은 1898년 ‘여권통문’을 통해 인간권리선언을 하면서 여성으로서의 권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매진했다. “여성과 남성은 똑같은 인간인데 그 차이를 보게 된 것은 교육 때문이다.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교육을 받는 일만이 남녀 동권(同權)을 갖게 되는 유일한 길”이라며 여성이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 제국의 침탈로 여성들은 항일운동에 적극 나서면서 여성도 국가의 시민이라는 것을 천명했다.

1895년 을미의병전쟁에서 윤희순은 “안사람 만만세로다”를 외치며 ‘안사람 의병가’를 통해 ‘아무리 여자인들 나라 사랑 모를쏘냐, 아무리 남녀가 유별한들 나라 없이 소용 있나’를 주장했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을 때, 여성들은 “나라 위하는 마음과 백성 된 도리에는 남녀의 차이가 없는 것인데…. 여자는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방법을 논하지 않아서 우리는 폐물로서 참여하겠다”라고 하면서 이 운동을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대시켜 나갔다. 이같이 여성들은 제국주의 침탈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남녀평등권에 대해 강조했지만 항일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여성들은 국가의 시민이라는 점에서 마땅히 참여해야 한다면서 항일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이후 여성운동은 항일운동과 함께 발전해 나갔다.

1910년 일제의 식민정책은 여성들의 정치·사회운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들은 3·1만세운동 이후 수많은 여성운동단체를 조직해 정치‧사회의식을 향상시켜 나갔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이러한 여성들의 활동을 높이 평가해 임시헌장에 여성들의 권리를 명시했다. 임시헌장 제3조에 “대한민국의 인민은 남녀귀천 및 빈부의 계급 없이 일체 평등으로 함”, 제5조에 “대한민국의 인민으로서 공민의 자격 있는 자는 선거 및 피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했다.

1920년대 여성들의 활동은 항일의열활동으로 포문을 열었다. 국내에서는 상해임시정부의 독립자금과 독립운동가 가족을 돌보기 위해 항일여성단체가 조직됐으며 조신성, 차경신 등은 항일의열활동으로 제국의 심장을 서늘하게 했다. 김마리아는 대한애국부인회본부를 설립해서 활동하다 일경에게 체포돼 가혹한 고문을 받고 병보석으로 출감한 후 상해임시정부로 가서 활동했다.

조신성은 1920년 평남 맹산에서 대한독립청년단을 결성하고 맹산·영원·덕천 일대를 중심으로 독립사상 고취, 군자금 모집, 부일분자 응징, 관공서 파괴, 관공리 처단 등 직접투쟁을 펴나갔다. 같은 해 11월 일경에 체포돼 징역 2년6월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이후 이러한 항일의열활동은 일경의 방해로 계속 전개되기 어려웠다. 여성들은 제국의 통치 아래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았다. 그래서 차미리사를 중심으로 조선여자교육협회가 조직됐고 이를 위해 전국 순회 대강연단이 만들어졌다. 이외에 경성여자청년회, 조선여자기독교청년회 연합회, 사회주의여성단체인 조선여성동우회도 만들어졌다.

1927년 민족주의 여성들과 사회주의 여성들이 연합해 근우회가 탄생해 사회 곳곳에서 신음하는 우리 여성들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근우회도 일제의 방해로 해체돼 우리 여성들은 활동 공간을 잃었다. 이후 많은 여성이 해외로 망명을 떠나 항일 여성독립투사로 활약했다.

일본, 만주, 상해, 노령(러시아), 미주 등지에서도 여성들은 국내 여성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항일운동에 나섰다. 대체로 활동의 양태는 군자금 모집, 교육운동, 의열활동 등으로 나타났다. 만주로 활동의 공간을 이동한 차경신의 경우 1919년 대한청년단연합회 총무로 임명돼 활동했다. 주로 국내와 상해임시정부를 연결해주는 역할과 군자금 모집을 담당했다.

윤희순은 1912년 중국에서 노학당을 창립해 학생들에게 국어, 수학, 역사, 지리, 체조, 창가, 작문 등을 배우게 했다. 학교운영자금은 조선인, 중국인들에게 모금한 것으로 충당했다. 남자현, 이관린 등은 항일의열활동의 대표적 여성이다. 당시 항일의열활동은 개인이나 단체 중심으로 일제 요인을 암살하거나 친일파를 처단하고 식민지통치기관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항일의열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는 담력을 지녀야 했다. 남자현은 여자권학회를 조직해 항일독립운동에 여성들의 참여를 권하고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분열된 독립운동 단체를 단결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남자현은 1926년부터 의열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같은 해 4월 국내로 잠입해 일본 총독을 암살하려고 했으나 기회를 포착하지 못해 만주로 다시 돌아왔다. 1931년 국제연맹에서 만주사변을 크게 문제삼아 조사단을 파견 했다. 이때 남자현은 이 조사단에 독립을 청원하고 한국의 상황을 알렸다. 그는 독립을 청원하기 위해 손가락 두 마디를 절단해 혈서로 독립청원서를 작성한 후 손가락과 함께 조사단에 전달했다. 이 방법도 별다른 성과가 없자 그는 1931년 5월 1일 만주국을 세운 1주년 기념행사가 있던 날, 중국 동북지역 전권대사를 암살하기 위해 장춘으로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사전에 발각되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1932년 2월 하얼빈에서 체포된 남자현은 옥고를 치르고 하얼빈 조선여관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관린은 남북만주 임시정부 직속 기관인 광복군에서 활동했다. 군자금을 모집하기 위해 국내에 잠입하는 활약을 펼쳤다. 그에 대한 투쟁의 일화로 다음과 같은 사례가 있다. 총을 넣어둔 보퉁이를 이고 가는 도중 일본 경찰을 만났고, 즉시 일본 경찰을 수림 속으로 끌고 들어가 권총으로 처단해버렸다. 이후 그는 계속해서 항일의열투쟁에 참여했다. 조선의용대에서 활동한 박차정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여성들이 해외에서 항일투쟁에 나섰다.

1940년 한국광복군이 창설됐을 때 여성들은 여자광복군으로 활동했다. 당시 항일운동가들은 가족 단위로 항일운동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한국광복군 제3지대에서 활동한 정현숙, 오희영, 오희옥 등을 들 수 있다. 정현숙은 어머니였으며 오희영과 오희옥은 자매였다.

일제가 항상 감시와 통제로 독립운동가의 활동을 제한하자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1910년 망명길에 올랐다. 독신인 경우 혼자 떠날 수 있었지만, 가족이 있으면 함께 떠났다. 국내에서는 가족들이 일제의 감시와 통제로 일상생활을 거의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 집안의 여성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들과 운명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독립운동가 집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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