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괜찮지만 여성에게는 위험한 약이 있다.’

언뜻 들으면 이해가 안 되지만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시판되던 신약 10개를 시장에서 퇴출했다. 그중 8개는 여성에게 부작용이 더 큰 것으로 판명된 약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8개 중 4개가 여성에게 더 많이 처방됐다는 것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제약사들은 세포 단위의 실험에서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시험까지 보통 10년 이상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다. 그렇게 개발된 약이 여성에게 더 큰 부작용과 위험이 있을 때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실패 원인 중 하나로 실험 과정에서 조직이나 세포 대부분을 남성 세포를 대상으로 하거나 동물실험도 대부분 수컷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최근까지 의학이나 생명 연구에서 젠더는 대체로 무시됐고 특히 동물실험에서는 암컷이 임신 등으로 다루기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수컷이 주로 쓰였다.

그러나 이런 비용은 당연히 지불해야 할 비용이고 특히 제약사가 쓰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생각하면 별로 큰 것도 아니다. 여성에게 부작용이 더 큰 신약이 개발되지 않게 하려면 의학이나 생명 연구에서 젠더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례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시빙어 교수에 따르면 노르웨이와 호주의 공동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암컷과 수컷 쥐를 비슷하게 활용했으나 특별히 의도한 바 없이 여성 염색체를 가진 줄기세포만을 사용했는데 수컷 쥐가 모두 죽는 결과를 가져왔다.

연구진은 처음에 젠더 요소에 대한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학생 중 한 명이 오류를 범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는 잘못된 연구설계 결과일 수 있다. 왜냐하면 여성 염색체를 가진 줄기세포와 남성 염색체를 가진 줄기세포의 치료 효과가 다른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를 접한 연구진은 줄기세포의 공여 개체와 수여 개체의 모든 성 조합을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고 한다.

앞으로 생명 연구와 신약개발 연구는 질병에 따른 변수 외에도 세포의 종류, 동물의 성별을 고려한 젠더 요소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미 유럽연합, 아일랜드 등 선진국에서는 연구지원 기관에서 연구개발 단계에 젠더 분석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전문학술지도 논문 발표를 위해 젠더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젠더 요소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앞으로 의사에게 약을 처방받을 때 이 약이 수컷뿐만 아니라 암컷을 대상으로 실험한 약인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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