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이제 우리나라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주로 크고 가정은 그 동반자 정도로 위상이 바뀌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렇게 일찍부터 집 밖에서 크는 아이들의 정서 발달이나 사회성이 온전할까 지레 걱정부터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린이집 사업을 총괄 지원하는 기관장으로서 변화를 좀 더 빨리 체감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지금의 어린이집은 보내서 후회하기보다는 안 보내서 후회할 것이 더 많다고 본다.
무엇보다 먼저 더 이상 어린이집은 그 옛날처럼, 아이들 좋아하는 장난감 몇 개 놓고 선생님과 놀다가 시간 되면 돌아가는 그런 곳이 아니다. 국가에서 제정한 표준보육과정 혹은 누리과정을 기반으로 마치 학교 간 아이들이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듣고 적정한 지적 성장을 보장받는 것처럼 그렇게 운영하도록 돼 있다.
표준보육과정에는 연령별로 신체·언어 발달은 물론, 기본생활 수행능력과 사회성, 자연탐구와 예술활동 영역까지 골고루 엄밀하게 표준이 제시돼 있다. 마치 영양사가 기초식품 5군을 골고루 넣어 표준 식단을 짜야 하듯 어린이집 아이들은 무심코 노는 놀이에도 사실은 치밀한 표준과 목표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가 아이를 키우던 시절에는 전혀 없던 현상이고 제도다. 심지어 스웨덴과 핀란드 등 이른바 보육 선진국을 두루 견학한 바로는 그런 나라들도 그렇게까지는 못 하고 있었다. 보육교육 과정의 운영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더 앞서 있지 않나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 어린이집의 위생과 청결 수준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 조리실, 보육실이나 복도공간의 청결 상태는 물론이고, 아이들이 주로 생활하는 보육실은 조명과 채광, 환기 노력 등이 모두 3년에 한 번 치르는 평가인증의 채점 요소이니 늘 신경을 써야 하는 덕분이란다.
형편이 이러하다 보니 이제 더 이상 어린이집은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일시적으로 아이 맡기는 그런 곳이 아니다. 아이들의 재능과 인격을 올바르고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보육과 교육의 장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내 아이를 편히 지내게 하려고 어린이집 가는 것을 마냥 늦추었다가는 또래 아이들이 다 배운 생활습관과 예절을 못 배우고, 진작 깨쳐야 할 재능을 잠재워 두는 경우가 생길 수 있게 되어 버렸다.
다만 그렇다 해도 아이들 입장에서 집 밖에서의 생활은 여전히 긴장과 스트레스의 공간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정과 어린이집의 훈육 지침이 다를 경우에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니 아이를 중심에 둔 채 어린이집과 가정의 협조와 교감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부모님들이 어린이집이 하는 일과 아동의 상태에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라야 비로소 보육정책과 시설이 진화하고, 그 효과를 최대한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