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보호를 명

분으로 국내외 인터넷 음란사이트를 원천봉쇄하고자 사이버국경을 세우

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물론 관련전문가들로부터

사이버권리와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국

내에선 아직 가상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나 청소년보호 등에 관한 깊이있

는 논쟁이 이뤄진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번 조처를 둘러싼 논란

이 이같은 논쟁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

인다. 음란물 차단조처의 정당성에 대한 네티즌과 관련 전문가의 입

장, 청소년보호와 음란사이트 차단의 실효성 여부, 그리고 해외 사례 등

을 2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주

청소년보호위의 사이버국경 조처는 전기통신사업법(제53조)과 청소

년보호법(제8조)을 동시에 적용, 국내 인터넷 서비스제공업자(ISP)들

로 하여금 음란물에 대해 인터넷 접속관문(라우터)에서 원천적으로

국내유통을 차단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조치다. 만약 ISP가 사이버상

의 국경초소의무를 위반하고 자기의 가입자에게 계속 포르노물을 서

비스한다면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아울러 사업의 등록취소 및 폐지명령을 가

할 수 있다. 현재로선 ISP가 청소년과 성인을 구분해 유통시킬 수

있는 기술적 장치가 없는 상태이므로 성인들의 음란정보 접근권도

봉쇄하는 셈이다. 또 애초의 목적은 외국서버를 이용한 한글 음란사

이트 차단이었으나 이렇게 되면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의

‘모든’ 음란사이트도 막는 결과가 된다.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된다는 이 조치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와 아울

러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 음란물 차

단조치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검열을 통

한 청소년보호논리는 청소년보호에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뿐

더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시비를 피할 수 없다”

고 주장한다. 검열 또는 원천봉쇄 여부와 청소년보호는 그 논의의

범주를 달리 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조처의 법적

근거로 삼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지난 8월11일 민주사회

를 위한 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5개 단체에 의해 위헌소

송이 청구된 상태다. 위헌소송의 담당변호사인 김기중 변호사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내용’이라는 추상적

이고 포괄적인 기준만을 제시함으로써 행정부의 자의적인 개입을 인

정하고 있고, 규정을 구체화한 시행령도 추상적이다. 막연한 용어를

사용할 경우 ‘막연하므로 무효’”라는 의견을 밝힌다.

네티즌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ISP를 규제하는 데 드는 돈으로 청

소년 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음란물 차단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업들에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학부모의 컴퓨터교육에 힘쓰

라”는 식의 반박이 대부분이다. 또 “배설기관을 막아도 배설물은

나온다”는 전제에서 출발, 이번 기회에 ‘음란물'의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그리고 구체화해야 한다”는 논의도 눈에 띈다. 진보통신연

대 장여경 씨는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보호를 주제로 외국에서 치

열한 논쟁이 있었는데 우리도 이제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면서

“청소년 부분을 피해가고서는 언제든 ‘청소년보호'라는 논리 아래

표현의 자유가 무력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말한다.

ISP입장에서는 우선 이 조처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게 사실이

다. 한국통신하이텔 인터넷사업팀의 전창준 씨는 ‘기술적으로 힘든

문제'라 단언한다. 그는 “청소년보호위에서 구체적 기술적용은 ISP

에 맡긴다는 얘긴데, 보호위나 ISP 어디서 하든 어마어마한 인원이

동원돼야 한다. 결국엔 해당 사이트 주소를 등록하거나 검색어로 차

단하는 건데, 사이트주소 자꾸 바꾸고 새로 만들고 하는 건 이런 24

시간 감시 외엔 방법이 없다. 검색어로 가려내는 것도 애매하다. 섹

스나 포르노란 단어가 들어가는 걸 다 막다 보면 ‘건전정보’들도

도매금으로 넘어갈 위험성이 크다”고 전한다. 뉴스그룹은 해당 카

테고리를 막아버리면 되지만 웹사이트 경우 하루가 멀게 생기고 사

라지는가 하면 이름과 주소를 바꾸는게 쉽기 때문에 차단도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다.

'이인화 정보자료실 차장 goodal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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