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동수는 인간 종의 이원성에 기초한다.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있는 추상적 개인은 하나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적인 특징을 가진 둘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형태를 초월해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성의 차이는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것으로 정치적 대표성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여성은 남성과 더불어 주권을 가진 시민의 절반, 인간 종의 절반을 구성하기 때문에 공적인 영역에서도 대표자가 될 수 있는 동등한 권리, 남녀동수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여성은 사회문화적 개념인 젠더나 여성성 혹은 여성이라는 공통의 특수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해부학적 차이에 근거한 인간 종의 이원성을 의미할 뿐이다.

이러한 초기의 남녀동수는 1998년에서 1999년 사이에 일어났던 시민연대협약에 관한 논쟁과 조우하면서 개인에 대한 담론에서 커플담론으로 대체됐다. 시민연대협약은 결혼하지 않는 동거 커플에 대한 법적 인정을 담은 법이다. 이 법의 통과로 동거 커플이 어떤 성을 가지고 있든, 즉 동성애 커플이든 이성애 커플이든 재산 상속을 할 수 있게 됐고, 여러 가지 재정적·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결혼한 커플들에 비해서는 제한적인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 법이 통과되는 동안 격렬한 지지와 반대운동이 전개됐다. 동성애 커플과 이성애 커플을 동일시해야 하는가의 문제부터 프랑스 공화국이 견지해야 할 보편적 가족제도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이르기까지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시민연대협약에 대한 논쟁에서 보편주의의 원칙은 개인이 아닌 커플에 적용됐다. 남녀동수에서 주장하는 해부학적 이원성은 ‘개인은 여성과 남성 중 하나’라는 추상적 개인을 정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반면 시민연대협약과 관련된 커플담론에서 인간의 성이 두 개라는 사실은 이성애가 보편적이라는 것을 지지하는 토대가 됐다. 특히 인간 종의 재생산에 대한 요구는 인간이 본래 이성애자라는 것을 의미했고, 이성애 커플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 됐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상호 보완성, 양성의 상호 의존성, 완성을 위해 타자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인정을 의미했다. 따라서 이성애 커플을 보호하는 것이 프랑스의 보편주의와 온전함을 지키는 것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총리였던 리오넬 조스팽의 부인인 실비안느 아가젠스키는 남녀동수에 이러한 상보성 개념을 도입했다. 커플 담론에서 나타난 양성 간의 상보성이 근본적인 것이라면 대의기구에서도 그것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가가 국민을 온전히 대의하기 위해서는 남녀동수를 통해 양성 간 상보성이 대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남녀동수는 추상적 개인으로서 여성의 권리가 아니라 양성 간 상호 보완적 관계, 즉 상보적 젠더역할을 반영한 것이다. 평등의 기준은 양성의 상호보완성에 있었기에 의회에서든 가족에서든 동성제도는 평등을 실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처럼 남녀동수와 시민연대협약이 조우하면서 남녀동수는 아가젠스키를 통해 개인에 대한 담론에서 커플에 대한 담론으로 전환됐다. 초기 남녀동수 주장과 아가젠스키의 주장은 인간 종의 이원성에 기초해 남녀동수 의회가 구성돼야 한다는 점을 공히 주장하면서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먼저 성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초기의 남녀동수는 추상적 개인으로서 여성과 남성인 데 반해 아가젠스키는 커플의 상호 보완적 젠더역할로서 여성성과 남성성이었다. 또한 초기의 남녀동수는 추상적 개인에 해부학적인 성적 특징을 부여하고, 대표자가 될 동등한 권리를 주장한 반면 아가젠스키는 정치체, 즉 대의기구에 사회문화적인 성적 특징과 역할을 부여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남녀동수, 즉 대표자가 될 동등한 권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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