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표성이다. 국민이 대표를 선출해서 국민을 대신해서 국가의 의사를 결정하도록 하는 대의제에서는 선출된 대표와 국민 간에 일종의 대표성 계약이 맺어지게 된다. 대의제의 성패는 선출된 대표가 얼마나 국민을 잘 대표하는가에 달려 있다. 국민의 인구학적 다양성과 사회경제적 집단의 다양성이 잘 반영돼야 한다.

그러나 대의제와 대표성의 관계는 국가의 구성원, 즉 시민에 대한 이해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프랑스의 보편주의처럼 국가는 추상적 개인들로 구성돼 있다고 보는 측면에서 대의제는 차이로 인해 배제된 사람들의 동화를 요구하고, 구체적 속성들이 삭제되고 오로지 추상적 개인으로 동질화될 것을 요구한다. 이성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존재로서 이미 보편적 평등이 보장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의제의 위기는 비동질화, 즉 차이의 인정에서 비롯된다.

반면 국가는 사회적으로 구별된 단위의 구성원들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다원주의적 시각에서 대의제의 위기는 인구학적 다양성과 사회집단의 차이들이 무시되고 동질화될 때 야기된다. 대의제는 사회적 차이를 무시하기보다는 차이의 가시화를 요구하고 그 차이에 주목해 반영함으로써, 즉 국민의 대표성이 잘 구현될 때 제대로 작동된다고 본다. 따라서 대의제의 위기는 대표성의 위기, 즉 차이의 배제와 동질화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대의제와 대표성의 관계는 다르다. 보편주의적 시각에서는 어떠한 대표성도 있어서는 안 되고 대의제만이 존재해야 한다. 반면 다원주의적 시각에서는 대표성은 대의제의 성패를 가늠하는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다.

남녀동수운동에서 주장하는 50 대 50은 대의제의 원칙이다. 무성의 혹은 성 중립적인 존재로서 추상적 개인이 아닌 인간 종의 이원성에 기초한 유성적 존재로서 추상적 개인들의 시민적 권리 실현을 위한 원칙이다. 50 대 50의 대의제 원칙은 다원주의적 시각에서 주장하는 대표성의 위기에 대한 프랑스적 해법이다.

추상적 개인이라는 동질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남성의 초과잉 대표성과 여성의 과소 대표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동안 대의제는 추상적 개인들이 아닌 특정의 성, 즉 남성들에 의해 독점돼 있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추상적 개인들이 대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추상적 개인이 대표되는 대의제는 남녀가 50 대 50으로 대표될 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남녀동수운동의 50 대 50 대의제 원칙은 보편성을 임의로 독점해 온 남성권력을 해체하고 재고하기 위한 구조적 개입을 위한 것이다. 여성의 과소대표 문제만이 아니라 남성의 초과잉 대표의 문제를 동시에 제기했다. 50 대 50의 대의원제원칙은 인간 종의 이원성에 기초한 권력의 공유를 주장한 것이지 남녀 간의 사회적·문화적 차이, 즉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정체성의 정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여성은 ‘더 깨끗하고 복지·교육 등 생활정치에 강하다’는 식의 정치의 성별 분업을 주장한 것도 아니다.

남녀동수는 여성에 관한 것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구성에 관한 것이다. 남녀동수는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성질이나 특별한 이해관계, 즉 여성이라는 성을 대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개인적 권리, 즉 여성이 대표자가 될 권리, 국가를 구현하기 위해 선출된 개인이 될 권리를 주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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